[인터뷰] 『서른의 반격』 손원평 ‘없는 사람’에서 ‘있는 사람’으로 전복을 꿈꾸다
[인터뷰] 『서른의 반격』 손원평 ‘없는 사람’에서 ‘있는 사람’으로 전복을 꿈꾸다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1.23 18: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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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은 어떤 해인가. 올림픽이 열렸고 호돌이가 등장했다. 개고기가 금지되고, 포장마차가 사라졌다. 코리아나가 ‘손에 손잡고’를 불렀고, 무한궤도 신해철은 ‘그대에게’로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탔다. 테트리스 게임이 나왔고, 맥도날드 매장이 압구정동에 첫 상륙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MBC 9시 뉴스 앵커였던 손석희는 파업쟁의 때 ‘공정방송 쟁취’ 리본을 셔츠에 달고 뉴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김지혜들이 탄생했다.

올해 제주4·3평화문학상을 탄 『서른의 반격』은 88년생 김지혜가 세상에 가하는 소소하고 경쾌한 반란을 다룬 소설이다. 손원평 작가와 얼굴을 마주했다.

- 인상이 밝고 경쾌하다. 문체를 닮았다. 

20대 초부터 영화 일을 했다. 협업이 많다. 타인과 소통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사회 현실 다루더라도 ‘왜 꼭 무거워야하지?’ ‘버겁고 힘든 얘기, 말투까지 그래야 하나’ 의문이 있었다. 아무리 어두운 현실이라도 그 안에 발랄함이 숨어 있다. 젊기에 희망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 지혜와 주변인물은 사회에 작고 지속적인 반격을 가한다. 재밌고 통쾌하다.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자기 위안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글을 쓸 당시 진행하던 문화 쪽 일이 잘 안 풀렸다. 사회에 나오지 못한 청년들도 내 심정과 마찬가지 아닐까 싶었다.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용감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청년 이야기를 구상했다. 개인이 경직된 세상에 큰 균열을 낼 수 없다. 큰 얘기는 한계가 명확할 거 같아서 평범한 인물이 사회에 반격을 가하며 성장해가는 쪽으로 플롯을 구성했다. 지혜와 주변인물들은 유랑하듯 놀이처럼 사회에 균열을 일으킨다. 작은 반격이 오히려 현실성이 있다고 여겼다. 주인공 지혜도 솔직하고 진정한 반격인가, 계속 의심한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변방만 빙빙 도는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인물들은 내면의 정치적 행위를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조직은 와해된다. 이런 과정 자체를 그리고 싶었다.

- 지혜, 규옥, 남은, 무인, 투명인간 정진… 어떤 인물과 가장 가깝나.

내 안에 조금씩 다 들어 있다. 

- ‘부도덕한 기성세대 vs 반항하는 젊은이’ 구도를 도식화한 느낌도 있다.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에 개인이 일침을 가하는 게 핵심이다. 특정 악인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악인도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라, 세월과 자리에 따라 어느 순간 그렇게 돼버린 거다. 친구가 책을 읽은 뒤 자기가 김 부장 같이 느껴져 슬프더라고 말하더라.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시간과 물결 따라 흘러가게 된다. 대세만 따르고 ‘세상은 어쩔 수 없다’ 수긍하지 말고 가끔씩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 소설이 전개가 빠르고 경쾌하면서 사회 구석구석을 찌르는 쨍한 구석이 있다. 사회 모순고발 글을 쓰는 것은 전공 영향인가.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사회학은 개인이 아닌 환경을 다룬다. ‘발전이란 무엇인가’ ‘일탈이란’ 그런 주제에 대해 배웠다. 반면 철학은 나라는 존재, 인간관계, 도덕을 가르친다. 사회학의 구조적인 틀과 철학의 개인성에 대한 개념이 도움 됐다. 

- 올해 유독 시대가 힘들다는 88년생 김지혜들이 많다. 문학에서도 폭로 아니면 위로가 대세였는데.

사람들은 ‘너만 힘든 게 아니야’ 이 한마디를 듣고 싶은 듯하다. 사회적 압박은 많고 나아갈 구멍은 작은 시대를 살다보니 “힘든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는 얘기를 원한다. 한국은 빠르고 편리한 나라다. 거기서 스트레스가 온다. 느리게 주변이나 인간, 인권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카톡을 안 쓴 지 몇 년 됐다.

- 언제부터 글을 썼나.

어릴 때부터 책 읽고 이야기 짓는 것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내 성격에 회사생활을 잘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2006년부터 글을 썼다. 오랜 무명기간을 견뎠다. 문단 데뷔 전 포기하더라도 슬퍼할 사람이 없고, 성공해도 알아줄 사람 없었다. ‘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나’ 취직 못한 상태로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낙방 선고를 받고 다시 스스로 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기술을 썼다. 친구나 가족에게 하소연도 하고, 맥주 한잔으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이었고 그만둬도 알아주는 사람 없었다. 제 힘으로 다시 일어나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면 언젠가 인생 전체가 창피해질 날이 온다”는 말이 나온다. 통쾌했다.

‘내가 젊은이었을 때 옳지 않다 생각하던 것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가’. 청년일 때부터 이 질문을 가슴에 지녀야 다른 어른, 다른 기성세대가 될 거라 믿는다.

- ‘작가의 말’에 ‘나는 나와 당신들에게 묻고 싶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냐고.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새길 것이냐고. 반격이 먹히지 않아도 마음속에 심지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어떤 어른인가, 심지 몇 개를 지니고 사나.

나는 바로바로 말하는 성격이다. 틀에 고정된 삶이 불가능하다. 솔직히 경직된 시스템 안에서 일해보지 않았다. 영화 쪽 일은 누군가에게 맞춰야 하는, 도망가지 못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성공과 실패 격차가 큰 분야다.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 ‘어른’이란 완성이 아닌 과정이다. 마음속에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단단한 외피에 둘러쌓인 상태가 아니라 심지를 가진 어른이 되자’. 권유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바람으로 쓴 글이다.

- 내년 계획은

단편과 장편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른 주제에 접근하고 싶다.

 

『서른의 반격』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펴냄 | 240쪽 |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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