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의 계절, 누가 무슨 상 받았나
문학상의 계절, 누가 무슨 상 받았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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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가을은 노벨문학상의 계절.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문학상은 날짜를 미리 공지하지는 않는 게 관례다. 보통 목요일에 발표해온 관행에 따라 추석 이튿날인 10월5일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작년처럼 일주일 정도 연기될 수도 있다.

국내 문학계도 가을 걷기가 한창이다. 각종 문학상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문학상의 수상자와 작품 면면을 살펴본다.

제5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으로 이진(35)의 장편소설 『기타 부기 셔플』이 선정됐다. 『기타 부기 셔플』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전쟁고아 출신 청년 김현이 미8군 연예계에서 일자리를 얻어 자립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이진 작가

심사위원단은 "무엇보다 서사의 힘이 강력하다. '딴따라'라고 천대받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하는 청년들이 뭉치고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능숙한 솜씨로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또 "미군이 실시하는 오디션을 두고 뮤지션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 '양공주' 취급까지 받아야 했던 쇼걸들, 그리고 마약과 조직폭력 등 눈길 끄는 요소도 많다"며 "작가가 35세 여성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듣고는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진은 경희대에서 디자인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이론을 공부했다. 청소년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으로 2012년 제6회 블루픽션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원더랜드 대모험』과 또다른 청소년 소설 『아르주만드 뷰티살롱』(2014)을 냈다.

이진은 "청소년문학으로 문학생활을 시작해 성인문학을 쓰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 너무 기쁜 마음이 가득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순수문학의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2013년 제정한 수림문학상은 신인작가나 등단 10년이 되지 않은 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로 공모에는 역대 가장 많은 221편이 출품돼 수림문학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윤후명을 위원장으로 소설가 성석제·김숨·장강명과 문학평론가 정홍수가 참여했다.

제32회 만해문학상은 김정환 시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에게 돌아갔다. 이 상은 출판사 창비가 주관한다.

제32회 만해문학상 수상자 시인 김정환과 그의 시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

심사위원회는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에 대해 "뻔한 소리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시를 향한 염결성과 권력을 거부하는 그의 인간성이 간직한 감각이 다른 어떤 작품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벼리어져 있다"며 "1980년 등단 이래 지금까지 37년간 전 에너지를 오로지 시가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투지로 뚫고 나간 시인에 경의를 표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황석영 작가와 이재의·전용호 씨가 함께 집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특별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본상 수상작에는 상금 3천만원이, 특별상에는 상금 1천만원이 수여된다.

만해문학상은 만해 한용운의 업적을 기리고 그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73년 창비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작가의 최근 2년간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한다.

전북 군산시는 제14회 채만식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한수산 작가의 『군함도』를 선정했다.

유보선 채만식문학상 심사위원장은 "『군함도』는 군산 출신인 채만식 선생의 문학정신을 가장 높은 미학적 경지에서 계승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설가 한수산

『군함도』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지옥섬'이라 불린 그곳에서 선조들이 겪은 참상과 처절함을 잊지 못할 역사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귀환시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나가사키 인근 군함도는 2015년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일제 강점기 민족에 대한 수탈과 억압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곳이다.

한수산 작가는 196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등단해 제1회 오늘의 작가상(1977), 제3회 녹원문학상(1984), 제36회 현대문학상(1991), 제20회 카톨릭문학상(2017)을 수상했다. 채만식문학상 시상식은 28일 군산시민의 날 행사에서 열린다.

전북대 신문방송사와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이 '2017 가람 이병기 청년 시문학상·최명희 청년 소설문학상' 수상자 4명을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이병기 청년 시문학상의 대학 부문 수상자에는 「미식」을 쓴 임대섭(건국대 3학년), 고등 부문은 「오도독뼈」의 김상희(고양여고 1학년) 학생이 각각 뽑혔다.

최명희 청년소설문학상 대학 부문에서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쓴 송가을해(경희대 4학년), 고등 부문에서는 『손가락 위 가족』의 오태연(용산고 3학년) 학생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람 이병기와 『혼불』의 작가 최명희

이번 공모전에는 시 부문에 635편, 소설 부문에 121편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문학상은 한국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공로를 세운 가람 이병기 시인과 최명희 작가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1년 만들어졌다.

전북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문학상 수상작을 정리해 총 5권의 전집을 내달 중순에 발간할 예정이다.

한편 제7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영국 작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81)이 선정됐다고 토지문화재단이 28일 밝혔다.

김우창 심사위원장은 "바이엇은 인간 현실을 구성하는 보다 넓고 큰 요인들을 그의 서사에 담고자 한다"며 "결과가 반드시 독자에게 그대로 감동을 주는 것으로 느껴질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특이한 접근이 거기에 들어 있고, 그것은 보다 진실된 인간 이해의 서사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제7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영국 작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

바이엇은 런던대에서 영미문학을 가르치다가 1983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유』는 현대의 두 젊은 학자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두 남녀 시인의 로맨스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바이엇은 이 작품으로 부커상과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받았다. 국내에는 『소유』와 『바벨탑』, 『천사와 벌레』 등이 번역·출간됐다.

박경리문학상은 고 박경리(1926∼2008)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2011년 제정된 상이다.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에게 주어진다. 최인훈을 시작으로 루드밀라 울리츠카야(러시아), 메릴린 로빈슨(미국), 베른하르트 슐링크(독일),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응구기 와 시옹오(케냐) 등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원주박경리문학제 기간인 다음달 28일 오후 4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억원이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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