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으로 만나본 추석연휴 답사코스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으로 만나본 추석연휴 답사코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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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열흘이나 되는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국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주, 강릉, 부산 등 유명 국내 관광지들은 추석 나들이객에 대한 기대로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서울 또한 황금연휴에 둘러볼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심한 교통체증과 관광지의 비싼 물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 한가로이 서울을 여행하기에 이번 추석연휴보다 더 적당한 때가 있을까?

서울은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많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뽑은 시내 명소만 해도 무려 100곳이나 된다. 이 많은 명소들 가운데 풍광도 아름답고 공부도 되는 의미 깊은 여행지는 없을까? 최근 출간된 유홍준 교수(명지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전 2권, 이하 서울편)에서 그 답을 찾았다.

‘답사기’ 서울편에서 주목한 문화유산은 5대 궁궐과 한양 도성이다. 서울을 ‘궁궐의 도시’라고 명명한 유 교수는 9권에서 종묘, 창덕궁, 창경궁 등에 주목해 조선 왕실문화의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0권에서는 한양도성과 자문밖, 덕수궁과 성균관 등을 다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또 다른 매력을 밝혔다.

백석동천

여기에 소개된 문화유산 중에는 그간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 교수가 언급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던 백석동천이 그렇다. 백석동천은 유 교수가 문화재청장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금은 청와대 경호구역 안에 있지만 필요하면 문화재청이 가져가라’고 한 것을 계기로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연휴는 긴데 주머니는 가볍고 TV 보는 것도 지겹다면 유홍준 교수의 안내를 따라 서울로 답사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에 소개된 문화유산들을 모아 정리했다. 풍광 좋은 유적 따라 역사를 배우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까지 갖게 해줄 최고의 답사 코스 3가지를 소개한다.

◆ 궁궐 답사로 느끼는 서울의 향취

종묘 → 창덕궁(인정전 > 선정전 > 희정당 > 낙선재) → 창덕궁 후원(규장각과 부용지 > 불로문과 애련지 > 존덕정과 관람정 > 옥류천 > 연경당) → 창경궁(명정전 > 문정전 > 통명전 > 춘당지)

창덕궁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비견되는 종묘 정전에서부터 조선 왕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 창덕궁,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이 집약된 창덕궁 후원, 장희빈, 사도세자, 정조의 네 여인 등 흥미진진한 비사(祕史)로 가득한 창경궁까지, 조선 왕실문화의 모든 것을 궁궐 답사를 통해 확인해 보자.

“종묘가 건축으로서 이런 정밀(靜謐)의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어떤 조형의지의 발로이기보다는 영원에의 염원이 격조 높은 솜씨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빚어진 일품이다”

“창덕궁 후원은 10만 평에 이르는 산자락의 골짜기를 그대로 정원으로 삼고 계곡 곳곳에 건물과 정자를 지어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정원을 경영했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 나아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정원의 미학이다”

◆ ‘조선 최고의 별서 터’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자문밖 답사

창의문 → 무계원 → 서울미술관과 석파정 → 백석동천 → 세검정 → 홍지문 및 탕춘대성 → 석파랑

석파정

‘자하문(창의문) 밖’을 가리키는 ‘자문밖’은 아름다운 풍광 덕에 조선시대 최고의 별서 터로 불리며 안평대군, 추사 김정희, 흥선대원군 등 많은 왕족과 양반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자문밖 답사에서는 숨어 있던 서울의 자연과 한옥의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양 북문(창의문)을 벗어나 우거진 소나무 숲길을 2리쯤 가다가, 잿마루로 올라가 서쪽으로 조금 꺾어져서 골짜기를 굽어보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툭 트여서 자못 사람이 사는 곳과는 다르게 여겨지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안평대군의 정사(무계정사)가 있다”

“정호승 시인은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고 했지만 한적하고 스산한, 센티멘털한 감정이 새삼 그리운 분이라면 백석동천 별서 터로 가라고 알려주고 싶다.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 ‘대한제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덕수궁과 주변 답사

덕수궁(대한문 > 광명문 > 중화전 > 즉조당과 석어당 > 정관헌 > 석조전) → 중명전 → 구 러시아공사관 → 서울역사박물관

광명문

덕수궁은 고종이 대한제국의 건립을 선포한 곳으로 외세에 맞서 독립된 근대국가를 꿈꾼 바람이 담겨 있는 곳이다. 서양식 건물과 전통 궁궐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덕수궁과 그 주변에 자리한 근대식 서양 건물들은 서울 답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즉조당과 준명당은 비슷한 형태와 비슷한 크기로 서로 대칭을 이룬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대칭이 아니다. 정확한 대칭을 피해 평면은 대칭을 이루나 입면은 대칭을 피하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특징인 ‘비대칭의 대칭’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이 이곳 중명전에서 강제되었다. 고종은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1907년 4월 20일 이곳에서 이상설, 이준, 이위종을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했다. 이를 빌미로 고종황제는 결국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되었으니 이곳이 고종의 마지막 집무실이었던 것이다. 중명전은 그런 역사적 아픔의 현장이다” / 이정윤 기자, 사진=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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