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가름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르 클레지오 지음 『발 이야기』 정희경 ‘옮긴이의 말’> 2012년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프랑스 평론가 리샤르 미예가 노르웨이의 살인마 안데르스 브레이빅이 저지른 살육에 대해 정체성과 언어 혈통의 순수함을 파괴하는 다문화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형식적으로 완벽한’ 경고라고 주장하자, 르 클레지오는 격렬한 어조로 반론을 제기했다.
인간은 원래 교환과 유동성 덕분에 살아남은 종족이고 문화적 차이야말로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인류를 풍요롭게 하고 번영하게 하는 원천이며 문학은 이러한 문화의 교환을 구체화하는 훌륭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 그는 프랑스 문화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끊임없이 벗어나고 이동함으로써 오히려 창작을 통해 만들어내고 재발견하는 이야기들의 역동적인 상호 교차의 결과를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그의 세계는 타자와의 접촉, 즉 민족, 언어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으로 풍성해진다. (…) 창작 작업과 세상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은 서로 연합하여 자아를 확장하고 지식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을 가리켜 “다른 곳, 다른 문화 공간들로의 열림”이라고 말했다.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화 간의 교류와 상호 이해 속에서 인간과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꿈꾸며 앎과 삶과 글쓰기가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르 클레지오의 비전은 특히 오늘날의 세계가 쓸려가고 있는 국수주의와 배타주의적 성향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욱더 큰 울림을 주는 듯하다. / 엄정권 기자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J.M.G. 르 클레지오 지음 | 정희경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432쪽 | 1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