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 아마존 북섹션 어디에도 이 신간, 『의전의 민낯』처럼 의전(儀典)의 뿌리를 치밀하게 분석한 책은 없다. 아마도 최초의 시도인 ‘의전’의 그 실체와 명쾌한 처방" 출판사가 자신있게 권하는 이 책은 "4차산업혁명 시대, 의전 해체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의 문법은 다 달라져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판에 왜 우리는 주렁주렁 의전을 달고 사는가? 2단 로켓의 추진력으로 나라를 대기권 바깥으로 밀려 올려야 할 때, 왜 추락을 우려하는가? 로켓의 1단 추진체를 떼지 못하면 모든 게 헛일이다. 바로 의전해체다" 저자의 주장은 신랄하다.
그리고 의전해체는 규제완화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파급력이 크다. 헬조선에서 말하는 조선은 일본에 국권을 내주면서도 의전의 거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게 저자의 한숨 섞인 진단이다.
"사고가 나면 높은 양반들 왜 가나? 결국엔 구조대나 사후 수습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 수행비서 한명 데리고 갈 마음가짐과 현장에서 무슨 통찰력 있는 한마디 할 준비가 돼 있으면 가보라. 그렇지 않고 수첩 든 간부들 주렁주렁 달고 갈 요량이면 관두라. 이건 도무지 헬프가 되지 않는다" 이 대목은 꼼짝 없이 수긍하게 만든다. 우리갸 TV에서 보던 그 모습들 아닌가.
그러면서 저자는 "의전해체 액션 플랜의 핵심은 내 마음 속의 권력 내려놓기. 아니 내 안의 의전해체"로 귀결하고 있다. "문제는 남의 돈 혹은 국가 예산으로 그 엄청난 개인 의전을 행하고 끝내는 의전의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할만큼 누구나 특히 권력자들을 향한 지적은 험한 말 나오기 직전이다.
저자는 '의전해체'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사족처럼 말하지만 뼈있는 한마디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행보로 의전해체는 이미 시작됐다. (...)하나만 다시 떠올리자. 부산 영도의 노모를 찾아갈 때 경호차량 및 경찰차량 등 다 떨치고 25인승 미니버스를 탔던 것 말이다. 그 발상과 실행력이면 나라는 금방 달라진다. 그렇게 이 책은 쓸모를 다할 것이다"
지은이 허의도는 195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무로도 일했고 지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있다. 1988년 민음사 <세계의 문학>으로 시 등단. 대학 재학시절 효원문학상 시 당선 후 전망문학회 동인과 국제PEN 멤버로 활동했다. 이번이 네 번째 책이다. / 엄정권 기자
『의전의 민낯』 겉치레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
허의도 지음 | 글마당 펴냄 | 390쪽 |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