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 한 움큼 행복 한 바구니… 윤연모 수필집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
[리뷰] 사랑 한 움큼 행복 한 바구니… 윤연모 수필집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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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작가 윤연모는 58세, 현직 고교 교사다. 그가 네 번째 수필집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를 냈다. 수필집이 벌써 네 권에 이르고 시집이 4권, 번역서가 한 권이니 웬만한 전업작가 못잖은 다작이다. 책뿐이 아니다. 가곡 노랫말 지은 게 10곡이 넘고 음반도 냈으니 참 부지런하다. 재능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러니 문학상도 여럿 받았고 교육감상도 그를 지나치지 않았다.

윤연모 선생의 이번 수필집은 여러 매체에 소개됐던 글 47편을 모아 다시 다듬고 사진을 찾아 넣었다. 1부는 가족 얘기다, 존경하는 아버지를 그리기도 하고 어머니 앞에서 재롱떨던 시절을 돌아보며 행복에 젖기도 한다. 2부, 3부, 4부는 유럽 동남아 등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자연을 부드러운 필치로 소개하고 있다. 5부는 역시 교육자로 돌아와 교육에세이를 실었다.

윤 작가는 깔끔하게 다림질하여 접은 손수건을 담은 서랍처럼 마음속의 행복을 책이라는 바구니에 차곡차곡 정리하여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나오면 가장 먼저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 했다. 그러면 어머니 최정임 여사는 어떤 분이실까.

“어머니는 자신의 공장이다. 껍데기다. 그 껍데기와 대화하다 보면 피로가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적으로 풍성해진다”<32쪽>고 말한다. 그리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자신을 훈련시키는 방법이나 영감을 얻는 방법을 묻는다면 단연코 나의 공장인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어머니와 나의 공통점을 찾기도 하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때에 행복에 겨워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아 나온다고 덧붙여 말한다.

작가의 어머니 사랑은 끝이 없다. 혹시 자랑? “어머니께 보은하는 마음으로 가곡 ‘어머니’의 노랫말을 써서 어머니께 온전하게 바치는 노래를 만들어드렸더니 어머니는 답가로 ‘사랑하는 큰딸 내 새끼 장하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주셨다”<37쪽>
어머니는 늙었다. 힘이 없어 좋아하던 노래방도 가지 못한다. 그래서 어머니 댁에서 가까운 노래방에 가끔 모시고 가 둘이 노래를 실컷 부르기도 했다는 게 윤 작가 설명이다.

“나는 어머니의 애창곡 ‘칠갑산’ ‘애모’ ‘동백 아가씨’ ‘비내리는 영동교’ ‘번지없는 주막’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노래들을 눌러 드리는 비서 역할도 하고 가끔 한 번씩 어머니 앞에서 재롱떠는 마음으로 노래들 불러드렸다”<42, 43쪽>
그 모습을 독자들이 상상하면 좋겠다. 늙으신 어머님 앞에서 칠갑산 ‘아낙네’도 되고, 그리움에 지치고 울다가 지치는 동백 아가씨도 되어드렸다가 비내리는 영동교를 같이 헤매면 좀 어떨까? 인생은 다 번지 없는 주막 아닌가?

윤 작가는 존경받는 사람이다. 반 아이들이 어떤 수련 프로그램에서 한 학생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윤연모 선생님요!” “우리 담임 선생님요” 다시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50쪽>고 한다.

윤 작가의 본분은 교사다.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고 인격적으로 대하고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려는 것을 교사의 덕목으로 꼽고 있다. 이 대목은 수필집 맨 뒤에 재차 강조된다.

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 복숭아와 자두처럼 우수한 문하생이 천하에 가득하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때의 기쁨은 가르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큰 기쁨 중의 하나일 것이다. <275쪽>

표제로 낸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는 네덜란드 정원에서 본 나무 이름이고 그 정원 주인 부부를 가리킨다.  / 엄정권 기자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  
윤연모 지음 | 신아출판사 | 296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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