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유명한 작가가 그리거나 만든 예술작품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이고,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진다. 그런데 그 작품이 왜 걸작인지, 어떻게 걸작이 됐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놀랍게도 그림 수준과 관계없이 갑작스레 얻은 명성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껏 알려진 걸작들은 어떻게 명성을 얻었을까. 오늘날 걸작이라고 불리는 몇몇 작품들은 위대한 작가에게 빚이 있다. 16세기 전기 작가이자 화가였던 조르지오 바사리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다른 어떤 작품도 이만큼 조화롭고 감탄스럽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물론 탁월한 예술성도 있던 ‘다비드’는 빛을 본 순간부터 유명했다.
이렇듯 작품 자체보다는 독특한 생애, 유명인들의 코멘트, 진위 논쟁, 작품의 위치 등 외적 요인이 명성에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저자는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작품의 비밀과 전혀 알지 못했던 진실을 파헤친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 로고의 유래가 된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의 중앙 계단인 다루(Daru) 계단 꼭대기에 있다. 이 작품이 유명해질 수 있던 건 위치 덕분이다.
안타깝게도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처음부터 찬양받진 못했다. 19세기에는 고고학 유물 자체가 관심을 받지 못했고, 육감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헬레니즘 시대 작품 특징이 예술적인 품격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루브르 박물관의 카리아티드의 방 한 구석에 홀로 서 있었다. 게다가 머리와 팔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도 미완성품으로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유명해진 때는 루브르 박물관 리모델링하던 1884년. 큐레이터들이 원래 뱃머리에 있던 니케 상을 이 계단 꼭대기에 설치하면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위치를 선정했다. 그렇게 계단 꼭대기에 조각을 올리자 즉시 화제가 됐고, 선정성에 대한 비판 대신 찬사가 이어졌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처럼 처음부터 빛을 본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사모트라케의 니케’처럼 우여곡절 끝에 걸작으로 인정받은 작품도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지는가.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작품은 걸작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작품이 왜 유명한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 황은애 기자
『걸작의 비밀』
존 B. 니키 지음 | 홍주연 옮김 | 올댓북스 펴냄 | 472쪽 |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