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활의 역사, 소시민 삶의 흔적 『구보 씨가 살아온 한국 사회』
[리뷰] 생활의 역사, 소시민 삶의 흔적 『구보 씨가 살아온 한국 사회』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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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소설가 박태원은 1934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라는 세태소설에 구보 씨를 등장시켜 서울 풍경을 얘기하도록 한다. 구보(驅步)는 말 그대로 달리기를 잘해서 얻은 별명이다. 그런 구보 씨를 저자 김병희 교수가 해방 이후로 데려와 급변하는 한국사회를 이리저리 살피게 한다.

저자는 의복과 주거, 주식과 부식, 잔치와 모임, 문명과 유행, 국가와 국민 등 5개 틀로 나눠 기억을 더듬어 그때 그시절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나이 먹은 독자는 아 그랬었지, 하며 읽을 것이고 젊은 독자는 그때는 그랬었구나, 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질 것이다.

저자는 화제나 이슈를 따라가면서 당시 신문 등을 꼼꼼히 살펴 인용, 사실적 가치를 높였으며 단순 에세이를 벗어나 문화평론 수준까지 갔음은 저자의 수고를 짐작케 한다.

윤복희 미니스커트는 당시 문화쇼크였다. 1967년 미국에서 활동하다 돌아오면서 윤복희는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미니스커트로 공항에 나타났다. 최신 유행이라는 옹호론은 풍기문란이라는 비판론에 압도됐다. 무릎 위 15센티미터가 저속한 옷차림의 커트라인이 돼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다. 1973년 4월 26일 드디어 첫 미니스커트 첫 구류자가 탄생(?)했다. 천안 사는 22세 박 모양이다. 경찰이 30센티미터 자를 들고 거리에서 처녀들 치마 길이를 재는 풍경이란…. 진풍경도 이런 진풍경은 없다.

해방 직후 수영복은 평상복과 같았다. 검정 무명 팬티가 남성 수영복이었다. 1959년 동아일보를 보면 “실용적인 털실 수영복, 아름답고 실용적인 수영복을 털실로 준비하여 바다에서의 생활을 즐기도록 하자”. 털실로 짠 수영복을 말한다.

강남개발은 1970년대부터 바람이 불었다. 1960년대 중반 담배 '파고다' 한갑이 50원이었고 담배 4갑이면 강남에 땅 한평을 살 수 있었다. 개발 바람이 불면서 완전히 달라지면서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가 나온다. 도시의 삶은 허무하고 쓸쓸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1970년대만해도 집에 전화가 있으면 부자 소리를 들었다. 백색전화 청색전화가 있었는데 전화기 색깔이 하얗고 파란 게 아니라, 전화 가입 대장 명부 색깔에 따른 것이다. 청색전화는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을 넘을 정도였다. 그러다 1982년 삐삐가 나오고 무선전화기로 이어지고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게 된다.

대중가요 전성기로는 1980년대를 꼽는다. 단연 조용필이 리드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1972년 데뷔, '창밖의 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히트곡을 셀 수 없다. 1999년 연말 동아일보는 20세기 최고 가요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선정했다.

1970년대는 버스 안내양의 혹사와 그에 따른 인권 등 문제가 잇따랐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8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버스회사 경영진은 안내양을 가족처럼 생각해 따뜻이 보살피고 시민들은 내 딸, 내 누이동생처럼 대해 욕설과 큰소리를 삼가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저자가 기억을 톺아 자신이 걸어온 길처럼 회고한 1970~2000년대는 한국 사회가 본격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격변의 시기였다. 압축성장의 시기인만큼 다양한 이슈들이 예고없이 돌출된 시기다. 그래서 구보 씨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고 지금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이 책은 저자 김병희 교수가 지은 해방 이후 한국의 풍경 시리즈 세 권중 첫 번째다. 김병희는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이며 광고 창의성 평가척도와 이론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갤럽학술상 등을 받았으며 세계 3대 인명사전 모두에 광고 창의성부문 전문가고 등재돼 있다.  / 엄정권 기자

『구보 씨가 살아온 한국 사회』
김병희 지음 │ 살림 펴냄 │ 136쪽 │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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