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산이 나를 위로한다 『친애하는 히말라야씨』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산이 나를 위로한다 『친애하는 히말라야씨』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2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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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산 정상에 오름으로써 정복의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영웅적인 인내심으로 자연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쟁취하려는 사람도 이 책을 펼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산을 오르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함께 위안을 얻고 나아가 구원의 어떤 메시지를 얻으려 한다면(갈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기꺼이 일독을 권한다.

특히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다면, 깊을수록 산을 오르기 전에 이 책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라. 『친애하는 히말라야씨』를 지은 스티븐 얼터만큼 무지막지한 육체적 상처를 입은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 부부에게 자행된 잔인한 폭력은 저자에게 트라우마로 다가오고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태어나 수백번 수천번 바라보았던 히말라야를 오른다. 

『친애하는 히말라야씨』
스티브 얼터 지음 │ 허형은 옮김 │ 책세싱 펴냄 │ 440쪽 │ 15800원 (146×210㎜)

이 책은 그래서 마음의 치유를 위한 사색과 명상이 주를 이룬다. 마치 특급작전 같은 극한의 등정이 아니라, 봉우리에 얽힌 전설, 산악인들의 뒷이야기, 산을 주제로 한 문학과 예술, 히말라야의 자연환경, 자신의 경험 등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저자의 박학다식이 도처에서 드러난다. 다양한 문헌을 종횡무진 오가면서 깊은 사색을 펼친다. 천천히 히말라야를 함께 오르는 기분이다. 산에 대한 그의 박식을 보자. 「산은 무엇은 의미하는가」 챕터에서 옮겼다.

느릿느릿 사색하며 히말라야 한 발 한 발
전설과 문학 새기며 명상의 세계로 인도

잔인한 폭력에  깊은 트라우마
그래도 산이 있기에…

* 산을 인간의 언어로 정의내리는 대신 우리는 산이 우리를 정의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미약한 인간의 더 큰 신비가 이해되기 시작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세상과 우리가 분리되어 살아간다는 기존의 편견을 지우고 인식과 현실을 구분 짓는 사고를 뛰어넘는 것이다.

* 산을 찾는 사람들에서 산악인이자 역사가인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은 산을 일컬어 지질학자들이 지구의 기원에 대한 결론을 얻는 ‘위대한 바위 경전’-지구의 탄생 신화가 새겨져 있는 곳-이라 수식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비밀들을 담을 수억 권 분량의 진실이 산의 책장에 꽂혀 있다.

* 높은 곳을 정복하려는 끊임없는 도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의미한 승리나 계시에 대한 열망을 버리는 것이다.

최초로 정상을 밟거나 설원에 첫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욕심 대신 산의 존재가 주는 숭고한 지혜를 흡수하는 동시에 산이 상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에 대한 더 큰 깨달음에 자신이 흡수되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질문과 대답은 버리고 어떤 편견이나 믿음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산에 다가가야 한다.

* 미국의 환경작가 그레틀 에를릭은 산의 의미를 사색하는 얇은 저서 「천국이 던지는 질문들」의 서두를 일본의 현대시인 나나오 사카키(1923~2008)의 다음 시구로 열었다. “산을 왜 오르는가? / 보라! 저기 산이 있으니까. / 나는 산을 오르지 않는다. / 산이 나를 오른다. / 산은 곧 나다./ 내가 나를 오르는 것이다. // 산은 없고 / 나도 없다. / 그저 뭔가 움직일 뿐 / 위로 아래로 / 공중에서”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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