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이 책은 어디를 펼치든 저자의 발랄하고 순발력 넘치고 재치 있는 ‘말빨’을 볼 수 있다. 언어 공격(공격자는 대부분 남성이다)에 대처하고 나아가 다시 상대를 공격해 넉 다운시킬 수 있는 금과옥조 같은 ‘명언’이 도처에 깔려 있다. 여성을 위한 대화 순발력 레슨으로는 최적이다.
언어 공격에 대한 역공을 연습하라는 게 저자의 조언 중 하나다. 여성들은 언제 어디서든 예기치 않은 언어 공격을 당할 수 있다. 몇 가지 상황에서 역공을 날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다음은 연습문제 3개. 직접 풀어보시라. 적절한 답은 이 글 맨 뒤에 있다. (물론 책에 있지만)
문 1) 자동차 판매장에서 직원이 말한다. “남편 분은 안 오셨습니까? 남편 분과 말씀을 나누고 싶은데요”
문 2) 술집에서 어떤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와 지분거린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쪽 옷 색깔이 내 침실과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문 3) 미팅 중 의견이 맞지 않아 설전을 하는데 남자 동료가 공격한다. “왜? 오늘이 그 날이야?”
저자는 면접에서 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종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출근하면 살림은 어떻게 할 거냐고. 이렇게 되물었다. “남성 지원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시나요?” 결국 탈락했다.
또 이런 경우를 보자. 사장이 당신의 서류를 이리저리 보더니 묻는다. “아, 자녀가 한 명이군요. 몇 명 더 낳을 생각이에요?”
두둥! 당신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이런 질문은 불법이다. 법이 금한다 해서 그런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그런 질문은 불법입니다”라고 따끔한 질책으로 사장이 정신 차리도록 할 수 있지만 그리 매끄러운 방법은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꽤 쓸만한 방법이니 외워두면 좋겠다. “몇 명 낳을지는 연봉에 달렸겠죠. 아,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연봉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 기술의 장점은 내용 없는 대답을 던져서 대화 흐름을 핵심 주제로 되돌린다는 데 있다.
이런 대답도 소개하고 있다. “저로서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낳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당당히 임신을 했고 그 이후 벌어진 이야기는 상상에 맡긴다고. 이런 대답은 또 어떤가. “하늘의 뜻을 제가 어찌 알겠어요” 이때는 천천히, 신중하게,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라고 조언한다. 말이 끝나면 살짝 웃어보라.
저자는 아이러니라는 기술을 이용해 답하겠다고 말한다. “이 회사에 다니려면 몇 명을 낳아야 하나요?” 대답의 내용이 뾰족할수록 말투는 부드러워야 한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까칠한 인상보다 순발력 있고 유머러스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용기는 필수다.
상대가 꼭 남성만은 아니다. 여성에 의한 여성 공격도 다반사다. 이런 경우엔 어떡하나. “우리 회사는 치마 길이로 자리를 배정하나 봐요” 그렇다, 당신은 치마를 자주 입는다. 다리가 예쁘니까. 치마를 입는 데 동료 허가를 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저 당신의 감정을 건드리려고 근거박약한 주장을 폈을 뿐이다. “정말요? 그것 참 기가 막힌 일이네요”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상대 2차 공격을 사전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것도 괜찮다.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하는 건 상대에 빌미를 주게 된다.
저자 니콜 슈타우딩거는 독일 커뮤니케이션 전문 코치이자 강사다. 32세에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유머를 잃지 않고 투병기 『형편상 가슴을 포기하고』를 내 이름을 알렸다. 제목도 참 유머러스하지 않은가. 가슴 절제 같은 큰 ‘사건’을 ‘형편’이 그래서라니.
문 1)의 답= “당신 상사는 어디 계세요? 상사 분과 말씀 나누고 싶은데요”
문 2)의 답= “그쪽 옷 색깔은 그쪽 화장실과 더 어울리는데요”
문 3)의 답= “왜 그래? 오늘은 네가 ‘개소리’하는 날인가 보네?” / 엄정권 기자
■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 장혜경 옮김 │ 248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