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오늘] 김용훈 「어느 시인의 겨울」
[시가 있는 오늘] 김용훈 「어느 시인의 겨울」
  • 독서신문
  • 승인 2016.1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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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어느 시인의 겨울

손 시려우면 작은 돌을 돌리고 돌린다. 라이터를 켜고 손을 녹였다. 라이터가 난로인 셈이다. 그런데 한쪽을 붙이면 한쪽은 시린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한겨울 라이터 두세 개는 꼭 주머니에 넣는다. 오늘은 돌이 빠진 라이터에 손가락이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결국엔 손톱이 깨졌다. 굳은살이 베이고 그 사이 틈은 찢어져서 또 한번 바람이 들어왔다. 언제쯤 한 겨울 온풍이 들어오는 방 안에서 글을 써볼까. 여름에는 손가락 사이에 땀이 차서 손가락이 하나로 짓물리고 겨울엔 동상으로 손가락이 하나 된 느낌
이럴 땐 그냥 성냥이라도 피고 잠들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게 추워서 잠도 오지 않는 겨울밤 나는 손가락 하나하나 뜯어가며 얼어붙지 말라고 입김을 호호 불어 된다.
그래도 좋다. 언방에 같이 할 수 있는 친구하나가 있어줘서
그래서 내가 시인이 되었나 보다.
홀로 있는 방안에서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하게 하니까
외로워서 더워서 추워서
무엇이든 좋다. 홀로 이 겨울을 견디는 것보다
친구 하나와 같이 서로 붙잡아 가며 보낼 수 있어서

◇시인의 말= 아픔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슬픔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진짜 아픔과 슬픔은 울고 싶어도 울어버리면 찬 공기에 얼어붙을까 참아대야 하고 울어버리면 씻을 물이 아까워 참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쉽게 아픔과 슬픔에 빠졌다고 하지 마세요. 어쩌면 우리가 흘린 눈물이 누군가에는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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