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양 ‘이성’으로 ‘삶’ 접근 한계, 왜 지금 ‘공맹’에 주목하나
[리뷰] 서양 ‘이성’으로 ‘삶’ 접근 한계, 왜 지금 ‘공맹’에 주목하나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11.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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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세계사를 배우며 가장 신기했던 것이 비슷한 시기 다른 대륙에서 문명이 발상했다는 사실이다. 그뿐인가.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와 같은 인물이 등장해 던진 철학적 의제가 당대 정치 패러다임으로 작동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들의 사상이 지금까지도 유의미하게 해석, 활용돼 세계인의 의식을 조정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의식혁명’의 시발 아닐까 평가해본다.

『더 패스』는 하버드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마이클 푸엣 교수의 중국 철학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푸엣 교수는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 맹자의 여러 글을 번역한 자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중국 철학자들의 사상이 어떠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먼저, 왜 이천 년 전 중국 고대 철학자에 주목했는가를 지금의 시대와 맞물려 설명한다. 서양 시각의 ‘전통 사회’에 대한 통념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계층화하고 질서 있는 세계에서 살기 위해 엄격하게 규정된 사회적 역할을 따라야 하는 사회, 자연에 이치에 맞춰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라는 판에 박힌 시선 상당수가 엉터리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가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지 묻는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갈수록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고 계층 간 이동 역시 어려워지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며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 위기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시대에서 과연 자유와 평등, 행복을 논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늪에 빠진 지구촌 대다수 국가가 직면한 위기다.

저자는 중국 철학을 지금과 같은 절망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삼았다. 민주주의를 대체할만한 일관된 사상이 아니라는 선도 지켰다. 서양 현대철학의 근간이자 윤리적 강령처럼 작동하고 있는 ‘이성’의 관념만으로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도 인정했다.

어떠한 틀 속에서 현상을 분석하고,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것보다 자신의 일상에서부터의 변화를 도모할 때 개인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세상 역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리가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으셨다”
“식사를 하실 때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논어』는 공자의 행동과 말에 관한 구체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방에 들어갈 때 다른 사람한테 어떤 말을 하는지, 저녁에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일상에서 마음가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담아,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유교 영향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입장에서 책 부제인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인 생각’이라는 표현이 다소 과하게 다가온 부분도 있다. 깊이 측면에서 볼 때 ‘제대로 정확히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 있겠지만 그러기엔 오랜 학습과 체험이 만든 의식세계 근저에 중국 철학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하거나 새롭게 다가올 내용을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도덕과 윤리 책 속 중국 철학이 얼마나 얕은 수준으로 담겨 있는지 확인해 본 계기도 됐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체화된 중국을 대표로 하는 동양 철학의 정수를 100만 촛불집회로 보여줬다. 정치는 일상의 거리 밖 이야기가 아니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훌륭한 국민이 좋은 국가를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람이 도(道)를 넓히는 것이지, 도(道)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공자의 말씀을 말이다. 

■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마이클 푸엣, 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펴냄 | 304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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