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해마다 이맘때면 절로 기운이 납니다. 계절은 가을의 복판으로 가면서 만산홍엽은 삶을 뒤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인생을 곱씹어 보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서늘한 기운은 저에게 신선한 자양분을 줍니다. 즉,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 도전은 실사구시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며 시대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성취욕구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1970년 창간한 독서신문이 어느덧 마흔일곱살을 맞아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독서문화 진흥과 출판문화 융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독서신문의 지난 47년은 한국 현대사의 응축입니다. 역경과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지성인들의 문화 대변지였으며 독서문화의 횃불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은 읽기의 퇴조와 함께 종이신문의 쇠락을 필연적으로 가져 왔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으로 기록문명의 후퇴까지 걱정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인터넷의 기승은 정보의 홍수를 부르고 그 홍수는 네티즌들에게 결정장애라는 부메랑을 안겼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어떤 게 옳은 것이고 그 옳은 것 중에서도 자신에 맞는 게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유명 커피집에서 뻬곡한 메뉴판을 올려다보면서 무엇을 골라야할 지 망설이듯 말입니다. 누군가 골라 줘야 마음 편한 세태입니다. 이런 선택을 사업으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이제 독서신문은 제2 창간을 선언합니다. 그 하나는 시민교양의 첨병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책 소개와 출판 정보 전달에 머물던 외연을 대폭 확장, 책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문화 현상을 심층 보도하고 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화산업을 적극 수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지식 큐레이터라는 문화 전반의 구심점이 되고자 합니다. 지식 큐레이터는 바로 정보의 홍수 속에 올바른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기존 어떤 문화 관련 매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입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지만 독서신문은 제 2 창간의 굳은 마음으로 기존의 노력보다 더 많은 땀을 요구하는 이 작업을 기꺼이 맡으려 합니다. 우리 스스로 구각을 깨는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 땀과 아픔이 독자에게 풍성한 열매가 되기를 진정 기원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