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마을
시인 마을
  • 이병헌
  • 승인 2007.11.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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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 이병헌     ©독서신문
가을빛 짙어지면서 자연은 우리 인간들을 산으로 바다로 부르고 있다. 예년만큼 예쁘지는 않다 해도 요즘 산에서 붉게 물든 가을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단풍을 만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가까운 곳이나 멀리 있는 곳의 산에 오르게 되고 그 중에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도 산에 오르거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기 위해서 국립공원을 자주 가게 되는데 요즘 기분 좋은 일을 만나곤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 일어난 변화인데, 기존 매표소를 시인마을로 변경하고 시집을 비치하여 탐방객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산에서 시(詩)를 만날 수 있으리라 누가 생각을 했을까? 가끔 여행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 등산로 입구나 국립공원 안에서 시화전을 만날 수 있는데 작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그런 날은 가슴 속 한쪽에 시심을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립공원을 걷다보면 가끔 시비(詩碑)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순간적이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몇 시간 등산을 하고 내려와 잠시 목을 축인 후에 시인마을에 들어와 시 몇 편 만나고 가면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민들에게 좋은 점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입장료가 폐지된 것도 국민들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운영을 위한 보조가 적정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도 유지를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처음 국립공원에 들어가면서 만난 시인 마을의 시집은 작은 충격이었다. 그 곳에서 많은 시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시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처음 만난 시인의 집은 계룡산 국립공원 안에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시 몇 편을 읽어본 후 다시 갈 길을 재촉했지만 삭막하기 쉬운 산에서 문화환경의 작은 변화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한 달 전쯤 오대산 국립공원에 갔을 때는 시인 마을과 함께 걸개시화전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자연 속에서 만나는 흥분이었다.

국립공원에 시인 마을을 설치해서 이를 통해서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에게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만날 수 있고 또한 그 여유로움을 통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용자들의 태도도 성숙해야 한다. 비치한 시집을 읽은 후 원래의 장소에 놔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낙서나 훼손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본 듯 가슴속에 새기고 책은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 곳에 비치된 시집도 우리 국민 모두의 공동의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필집이나 소설 등도 비치하여 아예 시인 마을을 숲 속의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산에 오르려했다가 몸이 아프거나 신체에 일어나는 갑작스런 변화 등으로 일행들을 기다려야 할 때 자동차 안이 아닌 시인의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기다린다면 우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생각이 싹 틀 것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시인마을에서 만나는 시(詩)를 통해서 마음이 순화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너무 진부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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