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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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시(詩)를 만날 수 있으리라 누가 생각을 했을까? 가끔 여행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 등산로 입구나 국립공원 안에서 시화전을 만날 수 있는데 작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그런 날은 가슴 속 한쪽에 시심을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립공원을 걷다보면 가끔 시비(詩碑)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순간적이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몇 시간 등산을 하고 내려와 잠시 목을 축인 후에 시인마을에 들어와 시 몇 편 만나고 가면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민들에게 좋은 점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입장료가 폐지된 것도 국민들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운영을 위한 보조가 적정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도 유지를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처음 국립공원에 들어가면서 만난 시인 마을의 시집은 작은 충격이었다. 그 곳에서 많은 시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시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처음 만난 시인의 집은 계룡산 국립공원 안에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시 몇 편을 읽어본 후 다시 갈 길을 재촉했지만 삭막하기 쉬운 산에서 문화환경의 작은 변화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한 달 전쯤 오대산 국립공원에 갔을 때는 시인 마을과 함께 걸개시화전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자연 속에서 만나는 흥분이었다.
국립공원에 시인 마을을 설치해서 이를 통해서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에게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만날 수 있고 또한 그 여유로움을 통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용자들의 태도도 성숙해야 한다. 비치한 시집을 읽은 후 원래의 장소에 놔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낙서나 훼손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본 듯 가슴속에 새기고 책은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 곳에 비치된 시집도 우리 국민 모두의 공동의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필집이나 소설 등도 비치하여 아예 시인 마을을 숲 속의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산에 오르려했다가 몸이 아프거나 신체에 일어나는 갑작스런 변화 등으로 일행들을 기다려야 할 때 자동차 안이 아닌 시인의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기다린다면 우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생각이 싹 틀 것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시인마을에서 만나는 시(詩)를 통해서 마음이 순화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너무 진부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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