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인들의 현답 “시는 오지 않는다. 오는 순간도 ‘잠시’”
[리뷰] 시인들의 현답 “시는 오지 않는다. 오는 순간도 ‘잠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6.3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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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외 11명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젊은 시인 12인에게 물었다. 시가 오는 ‘순간’이 언제냐고.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 우문현답인 걸까. 흔히들 시상이 떠오른다고 표현하기에 한순간 시가 찾아오는 순간이 있을 법도 한데, 입을 모아 아니라고 말하니 그 속 사연이 궁금하다.

자세한 사연은 이렇다. “시가 그리스 신탁이냐? 신이냐? 요정이냐? 오고 가고 그러게. 나는 책상에 앉을 때마다 시 쓰지 말자고 결심하곤 한다. 그러면 시가 써진다. 나는 절대로 ‘왔구나!’ 하지 않는다. 왔으면 가니까. (김승일)”, “시가 오는 순간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시가 오지 않는 순간은 잘 알고 있다.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내가 나를 속였을 때, 자신에게 당당하지 않을 때 시는 오지 않는다. (박준)”, “시는 과연 오는 것인가? 시인이 무당인가? 신이 오는 것처럼 시가 오나? 가만히 있으면 잠이 온다. 어디로든 가야 시를 쓸 수 있고 가만히 있으면 시를 쓸 수 없다. (송승언)” 우문현답이다.

젊은 시인들의 시집이 인기다.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서윤후의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등 낯설면서도 친숙한 시의 형태로 독자들과 소통 중이다. 다시금 시집이 읽히는 시대와 맞물린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시집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젊은 시인들의 책은 꽤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고, 시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시인 자신에 대한 관심도 열광적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의 기획위원 김근과 이영주는 직접 질문을 던졌다. 시작에서 언급한 ‘시가 오는 순간은?’을 비롯해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독자란 무엇인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시인이 되기 전의 꿈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다. 시는 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 것처럼, 시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삶의 의욕을 잃었을 것 같다는 답이 일제히 돌아왔다. 그들의 시가 많은 지지를 받는 이유다.

■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황인찬 외 11명 지음 | 서랍의날씨 펴냄 | 316쪽 |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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