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투표 직전까지 여론조사는 잔류가 다소 우세했다. 그러나 조사는 조사일뿐, 결과는 아슬아슬 탈퇴로 결판났다. 바로 국제경제 쇼크를 불러오고 각국 증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단 하루만에 4천 몇 백조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영국 전역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잔류를 주장했던 유명인들은 영국이 퇴보할 것은 뻔하고 현 국민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역시 잔류 편이었던 젊은이들도 기성세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기성세대는 운이 좋아 공짜로 대학 다녔지만 우리는 아니다. EU 다른 나라에 취업도 힘들게 됐다고 분노를 터뜨린다.
기세등등할 것 같은 탈퇴파는 요즘 뭐하고 있나. 외신에 따르면 며칠새 코가 쑥 빠졌다. 자신들이 탈퇴 때 내세운 핵심공약이 거짓으로 들통났기 때문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EU 분담금을 영국인 복지에 쓰겠다더니 선거 끝나자 “계산 실수였다”고 발뺌하고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미국 신문들도 이른바 ‘팩트 체크’에 나서며 탈퇴파의 공약을 검증하고 나섰다. 대부분 과장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서명운동에 동참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정치권에선 잔류를 다시 논의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어쨌든 영국인 다수는 무언가 선택을 해야 했고 브렉시트가 그 결과이고 결과는 우선 온전히 영국인들 몫이다. 그렇다면 이번 영국인들 결정은 뭐가 잘못됐나. 많은 사람들은 잘잘못을 떠나 당장 현실적 파급력이 엄청나고 손실이 따르기에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다수결은 대의정치 실현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중우(衆愚)정치 등 잘못된 결정과 소수에 대한 배려 부족 등 문제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에서도 그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사오입 개헌 등이 그것이다. 다수결, 인류는 이 약점을 보완할 민주적 장치를 아직 찾지 못했다. 인류에게 이것이 고통이라면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