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사 어디서 봤어?” “네이버에서, 스마트폰으로”
[서평] “기사 어디서 봤어?” “네이버에서, 스마트폰으로”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5.12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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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호 저 『나쁜 뉴스의 나라』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언론사 사주는 ‘밤의 대통령’이라고도 불렸다. 박정희 대통령이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에게 “나는 낮에 대통령이지만 밤에는 임자가 대통령이구먼”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밤의 대통령은 권력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론을 움직이고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언론사와 언론사 사주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그러나 거의 반세기 전 얘기다. 지금도 그럴까.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밤의 대통령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마도 10년, 20년 후는 더욱 그럴 것이다. (280쪽)

『나쁜 뉴스의 나라』 저자 조윤호는 미디어의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일들이라(특히 필자인 기자같은 경우) 놀랍게 새로운 사실은 없어도 읽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과거 문제 지적보다 현재와 미래 문제로 다가갈수록 (직업적으로) 더 착잡함을 느꼈다. 저자는 매체비평지인 '미디어오늘' 기자다. 그도 종이신문은 거의 읽지 않는다고 썼다. 이처럼 종이신문은 독자가 급격히 줄고 TV 뉴스마저 점차 줄거나 고정화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030년까지 사라질 것들로 종이신문과 TV 저녁뉴스를 꼽았다. (빌 게이츠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배달업 제조업 그리고 신문을 꼽았다. 개인적으로는 빌 게이츠 편이다)

뉴스의 유통구조가 격변하고 있다. 편집국 안에 있는 기자들만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기자들은 다소 트렌드에 무딘 면이 있다. 아니면 의도적인 현실회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20~30대 젊은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보는 방식을 완전히 탈피했다. 그들이 선택한 매체는 조간신문도 아니고 TV 저녁뉴스도 아니고 바로 스마트폰이다. 2013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13~34세의 1일 평균 TV 시청시간은 3.5시간인데 비해, 스마트폰 평균 사용시간은 13~18세 경우 5.3시간, 19~24세는 5.8시간이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PC마저 이겼다. 이미 뉴스 서비스 권력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이제 “기사 어디서 봤어?”라고 물으면 조선일보나 KBS라는 대답 대신 “네이버에서 봤어, 스마트폰으로”라고 답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미디어의 본질을 곱씹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이 책에 널려 있다. 기자로서 언론계의 일각에 있는 사람으로 때로는 참담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반 독자들은 최근 미디어의 흐름이나 기사에 담긴 여러 불편한 진실(광고 등)을 캐기에 적당한 책이지만, 기자들에겐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 끝까지 읽지 않는 것은 마치 진실을 외면하고 먼 길을 돌아가는 비겁한 일인 것 같다.

저자는 뉴스의 유통에 대해 말한다. 언론 현장에선 매우 민감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일이다. 단언하지만 문제는 네이버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네이버나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정책은 자주 바뀌었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언론이 점차 포털에 종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밤의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은 네이버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바빠지는 것은 언론의 편집국이었다.

가까운 예를 보자. 네이버는 2013년 4월 1일자로 뉴스 서비스를 기존의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꾼다.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 무작위로 노출되고 소비자가 이를 클릭하는 방식이었다면 뉴스 스탠드는 마치 가판대처럼 지면 신문 모양으로 늘어놓은 기사를 통해 각 언론사 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언론은 네이버 정책에 철저히 적응했다. 제목이 노출되던 뉴스캐스트 시절엔 ‘충격’ ‘경악’ 등 눈길을 끄는 자극적 제목으로 소비자 흥미를 유도하고 기사를 클릭하게 만들어 트래픽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뉴스스탠드는 자극적 제목 대신 벗은 여성 사진을 걸어 댔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이 대목이 중요하다). 언론사는 방향을 틀어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한 현직 기자는 ‘네이버 백전백승, 언론사 백전백패’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오늘에 기고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네이버 뉴스의 편집정책이 바뀔 때마다 편집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포털 뉴스서비스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 들어보는 매체였는데 뉴스를 톱기사로 올려주면 차 한 대를 뽑아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다. 당연히 거부했는데 내 편집의 값어치가 차 한 대 값이라니 황당했다”고 했다.

한 전직 기자는 “2000년대 한국 언론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래샴 법칙의 완벽한 모델”이라며 “소수인 양질의 콘텐츠들이 다수의 어뷰징 쓰레기들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예를 들면, 팩트 확인을 해가며 며칠을 고생해 쓴 기사는 조회 수가 잘 안 나온다. 기사 생리상 그렇다. 그러나 연예인 기사 적당히 베끼고 ‘~에 따르면’ 붙여 내보내면 몇 십만은 거뜬히 나온다는 게 기자들의 푸념이다. 그렇게 조회 수는 광고를 불러오는 대신 저널리즘을 갉아먹고 있다.

이제 뉴스도 유통이 대세인 시대다. 유통이 생산을 장악한 결과는 뉴스가치의 변화 혹은 변질이다. 미디어는 이제 유통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처지다. 저자는 해답을 ‘이것도 뉴스일까?’라는 파트에서 허핑턴포스트, 피키캐스트 등의 성공 스토리를 다루며 찾고 있다.

저널리즘 입장에서는 ‘의문의 1패’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필자인 기자가 보기에) 중요한 말 한마디를 맨 뒤에 배치했다. ‘신문불패 : 아무도 안 보는 종이신문이 절대 망하지 않는 이유’다. 읽기에 거북하고 기록하기엔 부끄럽다.

■ 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 344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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