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영화제 조직위원장에 김동호 전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추대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시는 최근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을 서병수 부산시장 후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부산시는 당초 부산영화제 갈등사태를 봉합하고 올해 10월 열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원활하게 준비할 후임 조직위원장으로 영화배우 안성기 씨를 추대하기로 했다.
시는 김 전 위원장이 팔순의 고령인 데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오래 활동하면서 사실상 지금의 영화제 운영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김 위원장 카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영화제가 후원금 사용이나 집행위원회 및 자문위원 구성 등에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것에 대해 김 전 집행위원장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아 온 서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하고, 영화제 운영시스템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으로의 복귀는 사실상 기존 영화제 운영시스템을 인정하는 결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다.
이에 따라 시는 영화계 신망을 얻고 있는 안성기 씨를 후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하고, 여의치 않으면 안 씨와 김동호 전 위원장을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영화제 집행위원회 쪽에서 김 전 위원장을 끝까지 고수하고, 올해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자 부산시측이 영화제측 요구를 받아들여 김 전 위원장으로 조직위원장을 추대하기로 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도 영화제 내부사정을 잘 아는 김 전 위원장이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맡을 경우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킬 수 있고,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끝까지 김 전 위원장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제 후원금 문제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있는 이용관 직전 집행위원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영화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김 전 위원장이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시는 올해 부산영화제를 원활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칸 영화제가 열리는 11일 이전까지 영화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간적 촉박성에 떠밀려 김 전 위원장 카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 선임 이후 영화제 운영시스템을 바꾸는 정관 개정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하는 부분이다.
시는 영화제 자문위원의 성격과 총회 의결권 구성, 후원금 집행 규정 등 영화제 운영을 둘러싼 기존 시스템을 전면 뜯어고쳐 영화제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영화제를 대표하는 김 전 위원장이 정관 개정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이 새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영화제 갈등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나 올해 영화제 이후 본격 논의될 영화제 정관개정 문제라는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조만간 공동회견을 열어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