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 들어와서 2014년의 회장 인사말이 그대로 있다면 누구를 탓할까. 그런데 회비 명단은 4월 5일자로 ‘신속히’ 업데이트돼 있다. 회장 인사말보다 회비 명단이 더 급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속도와 물질 가치로 혼탁한 이 시대, 시인은 심해 잠수부와 같이 침몰한 세상을 인양하는 존재들입니다.’ 이는 전임 문정희 회장 인사말 일부다. 이토록 멋있는 말을 나는 1년 반이나 더 지나 봤다. 신임 최 회장은 선출된 지 불과 열흘밖에 안 돼 인사말 쓸 경황이 없을 수도 있음을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
그러나 이참에 시인들의 온라인 개념을 묻고자 한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 출판은 전자책 등을 중심으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끔찍하게 황폐화하고 있다는 걱정은 이제 걱정도 아니다. 이런 흐름에 시인들은 제대로 승차하고 있는가.
한 중진 소설가가 지난해 어떤 자리에서 온라인 시대의 글쓰기에 대해 걱정을 쏟아냈다. 특히 핸드폰 한 화면에 기승전결이 일어나는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고 따라갈 것인가. 즉각적인 독자 반응 등 이제는 수신자(독자)가 발신자(작가)를 리드하는 양상이라는 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포부가 크다. 다양한 시 읽기 쓰기 캠페인에 남북시인 교류도 염두에 두고 있고 세계시인대회를 열겠다는 꿈이다. 큰 꿈에 못지않은 추진력은 늘 지도자에 요구돼 온 덕목이다. 추진력은 중지를 모으되, 온라인 신세를 지라고 감히 조언한다. 문학에 온라인은 주적(主敵)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우군도 될 수 있다.
온라인 모바일 시대, 시인들이여 잠수부가 아니라 새처럼, 침몰한 세상이 아닌 화면 속 모바일 세계를, 인양이 아닌 마주보기를 한다면 너무 현실적이라는 말, 문학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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