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 윤동주의 시를 대하면 영혼에 근육이 생긴다- 김응교 『처럼』
[포토 인 북] 윤동주의 시를 대하면 영혼에 근육이 생긴다- 김응교 『처럼』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3.13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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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 우지 강에서 열린 윤동주의 송별회, 이 사진을 찍고 약 한달 뒤인 1943년 7월 14일 윤동주는 체포됐다.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꿈과 말과 이름마저 빼앗기고 비루하게 살아야 하는 식민지 청년, 윤동주. ‘빼앗김’에 대한 ‘분노’는 어쩔 수 없는 가슴 속 깊은 심연의 ‘슬픔’으로 자리하고 그 슬픔은 이제 세월을 건너 풍상이 섞어 치면서 우리에겐 어떤 ‘떨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삼 윤동주가 주목받는 이유다. 분노 슬픔 떨림…. 윤동주는 우리에게 고전이 되고 있다.

숙명여대 교수 김응교가 윤동주에 대한 책 『처럼』을 냈다. 연세대 신학과를 나와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비교문학 등을 공부한 김응교는 “지리멸렬한 시대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던 큰 고요 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윤동주와의 질긴 사랑이 지금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김응교는 신학과 출신답게 윤동주의 시 「십자가」 등에 보이는 직유법 ‘처럼’ ‘같이’ 등에 주목했다. 이 직유법은 타자에 대한 동일성을 향하고 있다며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타자와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동일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 “다들 손님들뿐,/손님같은 사람들뿐”- 「간판없는 거리」 “이 동리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 엉덩이처럼 기름지오”- 「아침」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십자가」

이 가운데 십자가에서와 같이 ‘처럼’만 한 행으로 써있는 시는 찾기 어렵다. ‘처럼’이라는 직유법처럼 그 길은 도달하기 힘든 삶이고 그것을 짊어지고 가는 삶, 윤동주는 그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김응교는 밝힌다.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은 안내자(김응교)의 꼼꼼함 덕분이다.

■ 처럼
김응교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520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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