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 격동 속 만주 여성의 파란만장 다국적 삶 -『만주부인』 상·하
[서평] 한국 격동 속 만주 여성의 파란만장 다국적 삶 -『만주부인』 상·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2.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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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부인』 상·하
이길융 지음 | 박문각 펴냄 | 상 466쪽, 하 528쪽| 상 13,000원, 하 15,000원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제2차세계대전, 6·25전쟁, 4·19혁멷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세대의 아픔은 당사자들이 아니고서는 헤아리기 어렵다. 여기에 이산가족으로서의 삶 등이 어우러진다면 이는 소설이 아니고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기엔 너무 벅차다.

더구나 ‘이방인’ 여자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파란만장한 삶은 그래서 극적이고 그 삶의 주인공은 더욱 기억된다. 바로 소설 『만주부인』의 장영미다.

소설 『만주부인』은 상권에서 전라남도 고금도 먼바다에서의 미 공군과 일본 해군 간의 포성으로 시작한다. 포성은 만주부인의 삶에 대한 예고처럼 격렬했으며 여운은 길었다.

만주태생 ‘만주부인’ 장영미는 시댁의 나라 고금도에서 시아버지의 간이 외과 병원 일을 돕다가 일본 패망 소식을 접한다. 남편은 만주국의 궁전 건설 관료로 일하다가 소련군에 잡혀 소련군의 통역자로 북한 정부수립 자문관을 따라 평양에 들어가 살게 된다. 6.25로 엇갈린 운명 속에 만주부인은 부역자라는 낙인이 찍혀 쫓기는 생활을 한다. 이어 중공군 포로수용소의 통역자가 돼 미군을 돕게 된다.

하권은 상권에서의 장영미 고생담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만주부인’ 장영미의 여장부같은 삶이 펼쳐진다. 미 공군과 일본 해군들의 도움으로 저축을 해 알부자가 된다. 우연히 꿔준 돈이 군사혁명을 돕게 되고 산업발전에 끼어든다. 월남전 특수와 중국 개방 바람을 타고 다민족 다문화가족을 돕는 일도 한다. 그리고 만주에 사는 오빠에게 공장을 세워 주고 이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남편을 구출, 만주로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한다.

소설 『만주부인』(상권 ‘숨쉬는 하늘’)은 1995년 출판돼 4쇄까지 찍고 절판됐었다. 그런데 만주부인이 다문화시대의 지표가 된다며 독자들이 요청해 재판을 찍어 2015년 4월 다시 출판했다. 이어 하권 ‘숨쉬는 땅’을 2015년 11월 초 출판하고 최근 2쇄를 냈다.

상권 저자의 ‘재판(再版)에 붙이는 말’에 따르면 일본 에세이클럽 무라오 세이이치 회장은 이 책 독후감에서 주인공 ‘만주부인’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과 견주어 말한다. 독후감에서는 두 여인의 남편관과 가족관의 차이, 스칼렛의 이기적 경제관과 만주부인의 실리적 경제관을 비교했다. 세이이치 회장은 만주부인의 도덕관념이 춘향이의 도덕관념과 가깝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저자는 다문화가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 측 지인들은 다문화 시대를 예견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재판을 간행할 것을 요청하고 속편도 써보라고 권유하게 된다. 저자는 앞으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문화시대가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민족감정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소설 등의 예술문화가 그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론가들은 만주부인에 나오는 주인공 만주부인과 그녀의 시가(媤家)식구들이 화합하며 살아가는 태도는 오늘날 다문화시대의 모범이 되고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평론가는 만주부인에 대해 “기존의 한국여성과 차별화되는 캐릭터로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중요하게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과 부딪치면서도 가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 만주독립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라면서 “만주부인이 시가의 나라에 와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는 현재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평론가는 만주부인의 이야기는 만주의 역사적인 부침을 말하기보다는 한 개인이 근세 역사를 살아오면서 체험한 삶의 현장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어 “작가가 만주부인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굴곡진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지속시켜온 한 개인의 넋”이라고 하면서 “작가가 만주부인을 통해 파란만장한 역사를 극복해가는 탈경계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저자 이길융 작가는 1939년, 이 소설의 무대가 된 전남 고금도에서 태어났다. 호 상산(象山)은 고향 앞바다 산 이름에서 따왔다. 이길융 작가는 문화공보부 예술진흥국장과 국립극장장, 저작권심의조정위원장을 역임한 공무원 출신이다. 퇴임 이후에도 꾸준히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고 있는 중견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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