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밥, 그 비극의 낚싯바늘
돈과 밥, 그 비극의 낚싯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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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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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이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든 먹이 속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우리는 먹이를 먹는 순간에 낚싯바늘도 함께 물게 된다. 낚싯바늘을 발라내고 먹이만 삼킬 수는 없다. 세상은 그렇게 어수룩한 곳이 아니다. 낚싯바늘을 물면 어떻게 되는가. 입천장이 꿰여서 끌려가게 된다. 이 끌려감의 비극성을 알고, 그 비극과 더불어 근면해야… (하략)’

김훈 작가의 산문집 『라면을 끊이며』 에 나오는 대목이다.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현실을 현실로써 꿰뚫어보는 그 다운 실용주의가 빛난다. 먹이와 낚싯바늘, 그리고 입천장이 꿰여서 끌려가는 비극. 이 비극은 대부분의 사내가 다 겪어야 하는 밥벌이의 비극과 맞닿아 있다.

돈과 밥벌이. 새해라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내일이라고 분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밥이라는 게 하루 이틀 먹고 말 일이 아니지 않은가.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 즉 죽을 때까지 밥알이 입천장을 지나야 한다. 낚싯바늘에 꿰여진 그 입천장을.

기성세대는 낚싯바늘에 꿰여져 어디론가 간다 치고, 청년들은 어떤가. 그들 앞에는 입천장을 꿸 낚싯바늘조차 없다. 세상에 먹잇감이 없다는 말이다. 방향감각을 잃고 회귀할 곳도 없어 그들끼리 부딪치고 비늘만 상한다. 꼬리지느러미의 힘찬 반동으로 강물을 거슬러 튀어 오르는 연어의 비상을 우리는 청년들에게 기대할 수 없다.

올해는 경제 형편이 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저런 경제지표가 발언하기 전 이미 피부는 알고 있다. 체감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어른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아니 당사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에 혈안이다. 다가오는 총선은 그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고 청년은 그들의 달콤한 정치적 수사의 낚싯바늘에 꿰일지 모른다.

들을 빼앗기면 봄도 빼앗긴다. 이상화의 시를 말하지 않아도 현실이 그런 말을 해준다. 먹잇감을 잃은 청년들은 이제 들마저 빼앗길 형편이다. N포세대인 청년들이 '들'을 빼앗기고 ‘봄’마저 포기하면 우리나라 미래는 어쩔 것인가.

그리고 근면한 청년들이여, 또 멀쩡한 직장인들이여 낚싯바늘 뭐라 하지 말라. 그 낚싯바늘이 있어 친구나 애인이 기뻐하고 마누라 자식들은 그들의 입천장을 타고 밥알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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