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짜면 물을 태워야 한다
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짜면 물을 태워야 한다
  • 독서신문
  • 승인 2015.11.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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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향기'

▲ 황태영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나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 군자는 조화로우나 남들과 동일하지가 않고 소인은 남들과 동일한 듯하나 조화롭지 못하다. 제나라 경공이 안영에게 평소에 총애하던 시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놈은 매우 어여쁘다. 늘 나와 장단을 잘 맞추고 있다." 안영이 답했다.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라 비위를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경공이 물었다. "장단을 맞추는 것과 비위를 맞추는 것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 안영이 말했다. "장단을 맞춘다, 곧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요리의 맛내기와 같은 것입니다. 가령 생선 요리를 할 때는 물과 식초, 육수, 소금 등을 넣어서 간을 잘 맞추어야 제 맛이 납니다. 하나의 맛이 강하면 다른 것으로 보완해가듯 부정해야 할 점이 있으면 그것을 들추어내고 제거하여 긍정적인 면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조화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단순히 비위를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긍정하시는 것을 긍정하고, 부정하시는 것을 부정할 뿐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同)일 뿐이지 화(和)가 아닙니다. 물속에 물을 넣는다고 해서 물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모두가 똑같은 의견으로 입을 모아 ‘그렇다, 그렇다’ 한다면 흰 국에 흰 국을 추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영은 서로 다른 의견들 가운데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을 '화(和)'라고 하고, 의견의 차이를 용납하지 않고 억지로 일치를 요구하는 것을 '동(同)'이라 불렀다. '화'란 요리사가 고기 국을 끓일 때 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짜면 물을 태우듯이 임금이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입장에서 바로 잡아 주는 것을 말하고, '동'이란 임금이 옳다고 하면 옳다고 말하고 임금이 그르다고 하면 그르다고 말하기 때문에 짠 국에 소금을 더 넣고 싱거운 국에 물을 더 태우는 것과 같이 백해무익하다는 뜻이다.

'화(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관용과 공존, 평화의 논리이다. '동(同)'은 획일적 가치만을 용납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배와 흡수, 합병의 논리이다. '화'는 각자 개성과 주장을 존중하며 결론을 도출해 가는 전략회의를 연상케 하나, '동'은 불만표출을 못하게 하는 조폭들의 획일적 하나됨을 연상케 한다. 모든 조직, 단체, 사회의 질적 성장은 '동'과의 결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와 같게끔 흡수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려는 ‘화'에 기초해야 한다. 모든 만남은 나와 다름에서 출발한다. 이념, 지역, 종교, 학력, 세대, 성별 등 어느 것 하나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내 생각만 강요하려 한다면 다툼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좌의 나라나 우의 나라가 되는 것보다 더 참혹한 것은 평생 아귀다툼만 벌이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내편, 네 편의 편가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화‘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1587년 교황 식스투스 5세는 중대한 사안이었던 성인을 승인하는 시성식에 앞서 반드시 찬반토론을 벌이도록 했다. 강압적으로 한쪽 의견을 관철하거나 잘못된 결론을 막기 위해 악마변호인(devil's advocate)제도를 도입했다. 교황청에서 악마변호인을 임명해 무조건 반대의견을 내도록 했다. 자신의 진심과는 달라도 반대의견을 내야만 했고 악마변호인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었다. 피터 드러커는 의사 결정의 첫 번째 규칙은 반대 의견이 없으면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만장일치는 무효라는 주장도 있다.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곧 발전이다. 역사적으로도 반대자를 가까이 하고 우대할 때가 살기가 좋았다.

‘오리의 다리는 짧아서 틀렸고 학의 다리는 길어서 옳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리와 학은 다른 다리를 가졌을 뿐이다. ‘옳다. 그르다.’의 흑백논리를 벗어나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 하지 않으나 소인은 지배하려고만 할 뿐 공존하지 못한다. 생강은 그 특유의 맛과 향도 강하지만 모든 요리재료와 잘 어우러져 다른 음식의 맛과 향도 더 진하게 만들어 준다. 혼자 잘난 것이 아니라 모두의 품격을 높여주고 조화해가는 사람이 더 믿음직하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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