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의 미학
수줍음의 미학
  • 독서신문
  • 승인 2015.10.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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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원의 『명작 스캔들』을 읽고

▲ 김혜식 <수필가 / 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성과 사랑은 은밀해야 유희가 되고 결실이 있다. 저속하다 못해 추접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공의 장소에서 벌이는 애정 행각은 공중도덕에 위배된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남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난 시절엔 이러한 분별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호로 자식’이라 불렀다. 애비 없이 막 자란 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호로 자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인가. 이들은 공원, 버스 정류장, 심지어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서슴없이 남녀가 한 몸이 되어 애정행각을 부린다. 대낮에 대로변에서 목격되는 젊은 남녀의 한껏 밀착된 모습은 보기에 참으로 민망스럽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겪은 일이다. 버스 안에서 젊은 여성이 내리더니 어느 남성과 갑자기 포옹을 한다. 입까지 맞춘다. 수차례에 걸친 진한 키스 씬을 보이는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할아버지 한분이 헛기침을 여러 번 하였건만 좀체 두 사람은 떨어질 줄 몰랐다. 급기야는 두 사람이 고속버스 터미널 한적한 곳으로 장소를 옮겨 또다시 포옹을 한다. 그 장면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한지원의『명작 스캔들』이라는 책속에 「클림트의 ‘키스’는 흡혈귀의 습격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명화 ‘키스’는 19세기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대표작 중 하나로 우아한 관능미, 감각적인 구성이 특징으로 지적된다. 책속에서 이 그림을 대할 때 남자의 강인한 손 위에 살포시 올려진 가녀린 여인 손과 그녀의 창백한 안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찬란한 황금빛 의상 밖으로 나온 잔뜩 오므린 여인의 발에서 키스의 황홀함을 다시금 감지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키스는 인간 행동 중에 가장 매혹적인 행위가 아닐까 싶다. 이 키스는 긴장과 대립을 녹이는 힘을 지녔다고 한다. 아침마다 아내의 키스를 받고 출근하는 남성이 그렇지 못한 남성보다 수명이 길다는 학계의 보고가 틀린 말은 아닌 성 싶다.

특히 이 책의 클림트에 대한 가치관에서 ‘키스’의 창작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빈 분리파’ 창시자로서 에로틱한 그림을 많이 그린 작가 군에 해당한다. ‘빈 분리파’란 아카데미 예술에 반대하여 아르누보 성향이 강한 장식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화가들의 모임이다. 클림트는 평소 금 세공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색채와 선으로 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여인들을 그렸다고 한다. 그것은 가장 여성적이고 가장 관능적인 사랑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에 근거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성은 삶의 원동력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작금에 이르러 마치 동물처럼 본능만 추구하는 행위로 변질된 듯싶다. 성희롱, 성폭력으로 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신성하고 에로틱해야할 남녀 간 사랑이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문화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영상매체를 장식하는 광고도 온통 성적인 암시가 내포돼야 소비자의 시선을 끈다고 한다. 대중가요도 섹시하고 발랄한 젊은 가수들이 불러야 인기다. 그만큼 성문화는 우리 삶 속 깊이 침투되었다. 하지만 성은 감춰질 때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성의 신성성을 여성의 생명에 비유한다면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으로 치부되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사랑의 표현이 자유롭다고는 할지언정, 아름다운 청춘 구가 못지않게 장소와 때를 가리는 도덕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들 시대의 장면을 떠 올려 본다. 우리 세대의 젊은 날엔 남성에게 손만 잡혀도 수줍음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일회성의 사랑은 꿈도 꿀 수 없었다.요즘 따라 그 기억이 감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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