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 위해 사는 여인
날기 위해 사는 여인
  • 독서신문
  • 승인 2015.07.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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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엮음 『참 아름다운 도전2』를 읽고

▲ 김혜식 수필가
[독서신문] 아직도 우리 사회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전과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현대 여성들은 예전과 달라 고학력에 전문 능력도 갖춰 각계각층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성차별의 그늘이 얇아졌다는 소리다.

어린 날 어머니를 따라 옷가게를 들른 적이 있다. 어머닌 나의 바지를 사줄 요량으로 마음에 든 것을 골랐는데, 가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비싼지라 구매를 포기하고 옷가게를 나왔다. 그러자 가게 주인이 "오전부터 여편네가 들어와 옷도 사지 않고 이것저것 들추다 가니 오늘 마수걸이부터 재수 없어 하루 종일 장사 안 되겠네!"라고 중얼거리며 우리 모녀 뒤통수에다가 소금을 뿌린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때 어린 마음엔 왜 상인들은 가게 첫 손님으로서 여자를 꺼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옷가게 주인 자신도 여인이었다. 자신도 여자면서 왜? 여자 손님이 물건을 안사고 가면 재수가 없다고 하는지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전과 달리 높아졌고, 대통령도 여성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의 그늘이 남아있다.
언젠가 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이 친구가 별명이 럭비공이다. 역시 별명에 어울릴 만큼 엉뚱하고 그악스러운 구석이 남아 있었다. 그는 당시 남자의 영역이라 할 용접, 포크레인 운전 자격증 등을 취득했다. 그 자격증을 결혼과 동시에 장롱 깊이 묻어 두었다가 이즈막에 이르러 어느 회사에 취업을 하려고 내밀었더니 면접관이 못미더운 눈치로 질문을 해오더란다. "나이도 적잖은데 남자도 하기 힘든 용접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친구는 면접관의 그 말에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일만 맡기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며 "꼭 입사를 시켜달라"고 애원하였으나 여태껏 감감 무소식이란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별명이 럭비공인 그 친구가 그리 괴짜는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요즘 읽은 이병철 엮음 『참 아름다운 도전2』에 수록된 비행속도 일인자 「자클린 오리올」을 읽으면서 여자가 용접을 배우고 포크레인 운전을 하는 것쯤은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음을 깨달았다. <여자가 못할 일이 무엇인가!> 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럭비공 친구의 도전정신이 부럽다.

주인공 자클린 오리올은 시아버지인 벵상 오리올이 1946년 프랑스 제4공화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목되자, 반대파들의 온갖 음해와 흑색선전에 염증을 느껴 남편과 함께 하늘을 자신들의 도피처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공식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부부가 같이 딴다. 뿐만 아니라 1947년 1월 뱅상 오리올이 프랑스의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자클린 오리올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1947년 공군 전투기 곡예비행을 배우기 위해 레이몽 기욤이라는 교관을 소개 받아 곡예비행을 배운다. 그에게 곡예 비행기술을 배운 자클린 오리올은 며칠 후 혼자서 용감하게 곡예비행을 한다. 그 때 그녀의 나이 서른 살이었으며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곡예비행은 성공이었다. 그에 힘입어 곡예비행에 인정을 얻은 그녀에게 어느 항공사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 그 회사가 만든 4인승 수륙 양용 비행기를 타고 파리의 시내 레 미로에서 센강에 착륙해야 한다는 제의였다. 그러나 1949년 7월 11일 그녀에겐 씻을 수 없는 불행이 되었다. 그녀가 탄 비행기가 예정지인 센 강에 이르자 갑자기 비행기체에 이상이 생겨 그녀는 바닷 속으로 비행기와 함께 추락하고 말았다. 그 때 그녀의 아름다웠던 외양은 간곳 없고 형편 없이 부상을 당한 처참한 몰골이 그녀의 전부였다. 두개골 파열, 한 쪽 눈이 푹 패였고, 양쪽 갈빗뼈와 한쪽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몇 번의 성형 수술을 통하여 어느 정도 자신의 얼굴을 되찾고 건강이 회복되었다. 그러자 다시금 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그녀는 입단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시험 비행 센터'에 입사하여 7명의 남성 비행사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룬다. 그리곤 프랑스의 시험 비행사 제29호가 되는데 성공하였다.

자클린 오리올에 대한 이 책의 내용은 '여성은 약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매우 적합한 내용이어서 감동적이다. 책을 덮으며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일러준 말씀이 불현듯 생각난다. "여자일수록 강해야 한다. 외유내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라."

어머닌 우리들이 자클린 오리올은 못될지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지혜를 기르라는 교훈을 아끼지 않았다. 자클린 오리올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기에 『날기 위해 산다』라는 그의 자서전이 세상 여성들에게 모험심 고양의 지침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수필가, 청주 드림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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