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와 눈 빛을 모아서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
“반딧불이와 눈 빛을 모아서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
  • 독서신문
  • 승인 2015.07.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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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특별기획] '책과 CEO' _ 형설출판사 장지익 대표
▲ 집무를 보고 있는 장지익 대표. 장 대표는 KBS와 제휴, 한국어능력시험과 교재를 연계시키는 등 출판산업의 다각화, 다원화를 선도하고 있다.

[독서신문] ‘형설지공(螢雪之功)’. 중국 진(晉)의 차윤은 가난 때문에 기름을 살 수가 없어 반딧불이(螢)를 모아 그 빛으로 공부해 높은 벼슬에 올랐다. 또한 후진(後晉)의 손강은 눈(雪) 빛에 책을 비추며 공부해 역시 높은 벼슬에 올랐다. 좀 더 쉬운 말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정도의 교훈이 되겠다.

신자유주의의 극성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 사다리가 붕괴되었다는 비난의 소리들이 줄을 잇는다. 그럼에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공부의 꿈과 힘, 그 길을 열어주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이 출판사 ‘형설’의 장지익 대표이다.

- ‘형설’이 ‘형설지공(螢雪之功)’에서 유래한 것인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형설출판사의 출발은 바로 ‘형설지공’의 의미와 통한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공부하여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형설지공’은 어려운 삶 속에서도 갖은 고생을 하며 부지런히 학문을 닦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데, 대한민국의 발전은 바로 이렇게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부지런한 열성적인 사람들의 ‘형설지공’으로 이룩되었다고 본다.”

▲ 2011년 서울국제도서전 형설출판사 부스

- 출판업에 뛰어든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출판을 시작한 지는 50여년이 훨씬 넘었다. 내가 출판을 시작할 무렵에는 형편이 궁핍해 공부할 여건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공부를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딧불 같은 자그마한 지침을 주고 싶어 출판업, 특히 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50여년 넘게 교육 교재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요즘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요즘엔 상황과 여건이 그때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억지로 떠밀려 자기 뜻과 맞지 않게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형편이 어려웠던 그때는 책을 구입해서라도 자기 뜻을 키우기 위해 정진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인생의 묘미를 다시 한 번 독자들이 환기시켜갔으면 좋겠다.”

- 보통의 출판사와는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공부를 위한 수험서와 실용서들이 많은데 특별한 출판 철학 때문인지, 단순한 수익모델 때문인지 궁금하다.
“젊은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시작은 젊은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내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면, 의욕과 열정에 비해 교육적, 사회적 지원이 부족해서 안타까웠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도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고, 전문가적인 학문과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분야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의무감과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다. 준비된 명품 이론서와 실용서를 만들어 그 분야의 리더가 되는 것이 형설의 목표이다. 물론 수익 욕심도 있다. 좋은 책, 필요한 책을 만들면 수익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 『KBS 생활한국어』 표지

- 그 사이 출판한 책들 중에 자신 있게 자랑하고 싶은 책들이 있다면?
“국어를 아름답게 사용하고 보전해야 할 선도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형설출판사와 공영방송 KBS가 국어사용 능력을 높이고 국어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기 위해 ‘KBS 한국어 능력시험’ 시리즈를 개발했다. 더불어 우리말을 잘 가꾸고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학술단체인 한글학회와 손잡고 ‘KBS 생활한국어’ 시리즈도 만들었다. 이는 한국어,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재외동포 및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같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세계인을 위해 만든 책이다. 이를 토대로 KLT(Korean Language Test For Foreigner: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를 개발했다.”

- 출판시장이 많이 힘들다고들 하는데 형설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은 어떤가?
“사실 요즘 힘들지 않은 출판사가 없을 것이다. 독서인구의 감소는 어려운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출판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걱정은 엄청나다. 출판시장을 원활히 움직이고 출판 발전을 위해 만든 도서정가제의 초기시행단계라서인지 출판 시장은 더욱 위축되었다. 다행히도 50여 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형설출판사인 만큼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다양한 양서가 많다. 이런 부분이 이 어려운 시장을 버티게 하지만, 사실은 책의 판매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출판 산업이 설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형설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좋은 책을 기획, 개발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 수험서들의 면면을 보니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수험서를 시작으로 수험서 전문 출판 자회사인 도서출판 형설을 통해서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KBS 한국어 능력시험, 교원임용고사, 각종 국가고시, 공무원시험 및 자격시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험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 확대되고 있는 수험서 시장에서 양질의 수험서를 만들기 위해 최우수 저자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수험서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KBS와 제휴해 한국어능력시험과 교재를 연계하는 일은 ‘사업수완’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출판사들이 이런 ‘사업수완’을 너무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형설출판사가 KBS와 제휴하여 사업을 펼치는 것은 산업의 다각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출판이 오직 책만을 내는 일원화된 구조를 벗어나서 매스미디어 발달과 함께 다원화된 사업구조의 배경을 필요로 한다. 책을 읽는 독서인구의 감소 측면을 위기로 보지 않고 기회의 측면으로 본다면 출판산업의 다각화, 다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술제휴, 콘텐츠 확장, 마케팅 모든 분야에서 출판을 미래지향적으로 본다면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다른 산업과 연계된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형설출판사 전경

- 보통의 출판사로 보기엔 회사와 계열사들의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해 왔는지.
“50년간 5,000여 종의 각종 도서들을 출간, 한국 출판계의 역사로서 그 자리매김을 했다. 연간 300여 종의 출판을 지속해 오면서 형설출판사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끊임 없는 자기혁신을 이루어오면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도서출판에 주력해오고 있다. 새로운 독자층의 개발과 함께 21세기 이 땅의 새 주역이 될 유아, 아동들을 위해 출범한 형설아이는 도서출판 형설의 전통을 이어받아 아이들의 꿈을 담은 책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형설 EMJ라는 콘텐츠회사를 창립하고, 형설Life, 형설아카데미도 창립하여 게임, 만화, 실용서, 소설, 에세이, 취미 등 점점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형설앤을 설립, 유아에서 실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의 사업팀을 구성,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형설출판사는 도서출판의 성격과 수요 독자층의 보다 다양한 변화에 부흥하기 위하여 출판을 지속, 젊고 활력 넘치는 출판사로 거듭나고 있다.”

- 남다른 출판사 경영철학이 있어 보인다. 스스로 경영철학을 정리해 본다면?
“올바른 정신을 함양시키기 위한 문화산업의 출발점에 출판업이 있다고 본다. 문화는 그 사회를 읽어내는 바로미터이다. 그래서 처음 출판을 시작할 때 불모지 같았던 한국의 문화적 토양을 일궈내기 위해 나름대로 원칙을 정해 회사를 키워갔다. ‘개인의 발전과 더불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의 형태를 가꾸자’라는 생각과 아울러서 문화 발전의 기틀을 갖추는데 우리 회사가 할 일을 생각했다. 올바른 정신의 함양을 위해 최소한의 문화적 역할을 기업의 운영 원칙으로 생각했다.”

- 장 대표 스스로 혹시 성장기와 청년기에 ‘형설지공’의 길을 걷지는 않았는지.
“나는 대구에서 출생했다. 광복과 더불어 한국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는 어려움이 뭔지를 안다. 그때는 우리 세대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다. 생존의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과제이자 해결할 숙제였다. 나도 그 시기를 살면서 공부를 하고 성장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나의 길을 가기 위한 행보에 형설지공의 노력은 필수였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집념 속에는 형설지공의 어려움을 능히 헤쳐 나갈 용기가 있었다.”

- 평소 어떤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지 궁금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다면 그 책도 궁금하다.
“예전에는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들의 면면을 다 살펴봤다. 요즘은 그렇지 못하지만 좋은 책들은 따로 구별해서 읽는 것은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에 관련한 좋은 책들을 보고, 가끔은 소설책도 읽는다. 힐링 차원에서 책을 읽고 있다. 영향을 미친 책이라면 『삼국지』라고 볼 수 있다. 『삼국지』는 우리 삶의 축소판이라고 여겨진다. 다양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 내 삶의 원동력을 찾아냈다.”

- ‘형설’의 10년 후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현대는 정보화시대이며, 미래에는 인간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고도의 지능화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사회에서 주역이 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교육이 그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도서출판에 주력하며 10년 후에도 젊고 활력 넘치는 출판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지금 주력하고 있는 KLT사업을 통해 한국어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교육포털 사업인 KBS미디어 온라인평생교육원 운영 등으로 다양한 학습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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