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자연 이상으로 보는 철학-탈중심성의 생물학적 사유(2)
사람을 자연 이상으로 보는 철학-탈중심성의 생물학적 사유(2)
  • 독서신문
  • 승인 2015.07.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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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 사람과 생명, 그리고 사회-인간 삶의 철학으로서 인문학
최근 대학의 상아탑 안에 머물던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강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인문학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고자 유명 석학들의 강연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편집자 註

 

[독서신문] ■ 생물의학에서는 사람을 어떻게 보는가

(1) 생물학적으로 보는 월경(月事)의 의미

여성의 매력이 멘스(月經)에 있다고 하면 누구나 의아해할 것이다. 멘스라는 것이 그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귀찮고 고통스러운 것인데 무슨 쓸데없는 망발이냐고 화를 벌컥 낼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월경통 혹은 생리통이라고 했겠는가!

그렇다면 월경의 진실은 무엇일까? 월경이란 성 성숙기에 있는 여자의 자궁에서 주기적으로 출혈하는 아주 자연적인 생리적 현상이다. 보통 12세~17세로부터 시작해 50세 전후까지 진행되며, 임신 중이나 수유기를 빼놓고는 평균 28일의 간격을 두고 3~7일간 지속된다.

‘월경’이 무엇인가를 차분히 생각해보면 월경 이면의 세계는 성욕만을 의미하지도 않으며, 여자만의 끔찍한 일도 아니다. 그 자체가 생명의 발단이고 사람됨의 시작이다. 월경이란 적어도 생명의 잉태 가능성이며 태어날 생명 그 자체인 것이다.

(2) 정자들의 4차례 비극과 난자

▲ 여성의 자궁과 정자가 지나가는 길

인간의 생명탄생은 남성의 정자(sperm)로부터 시작된다. 남성은 1회 사정할 때마다 평균 2~5cc의 정액을 배출하고, 그 정액 1cc에는 약 7,000만 마리의 정자가 살아 움직인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한 번 사정하는 정액 속에는 2~3억 마리의 정자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 수억 마리의 정자 가운데 단 한 마리의 정자만이 여성의 난자와 수정하고, 나머지 모든 정자들은 중도에서 전부 사멸한다. 소위 비극의 시작이다. 남성의 정자들은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서도 죽음의 고통과 공포에 진지하고 엄숙하게 맞서게 된다. 생명 잉태의 존엄성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면 죽음마저 생명의 존엄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정자들의 첫 번째의 비극은 여성의 질 속에 사정된 2~3억 마리의 정자들이 여성의 질(vagina)에서 쏟아지는 산성분비물로 인해 전체 50%인 1~1억5,000만 마리가 즉사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50%의 정자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계속해서 전진하지만 곧 두 번째의 비극인 새로운 죽음의 고비를 맞는다. 여성의 질 속으로 돌진해 들어온 정자들은 숨 돌릴 여유조차 없이 뜻밖에 질 내 백혈구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는다. 여성의 질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이 백혈구들이 갑자기 나타난 한 떼거리의 정자들을 ‘이물질’(foreign body)로 간주해 맹공을 퍼붓는다. 이 결과 정자의 수는 다시 그 50% 정도가 또 사멸하고, 나머지 6~7,000만 마리만 살아남는다.

그렇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정자들에게는 세 번째 비극인 또 다른 죽음의 고비가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까지 오면서 정자들은 나름대로 성장해 자신의 꼬리에다 편모(鞭毛 flagellar:정자에서 볼 수 있는 긴 채찍 모양의 세포소기관)를 달고 각기 전진 운동해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는 운동의 방향은 질 내의 자궁경부입구이다. 그러나 자궁경부입구에는 많은 양의 점액들이 나와 방어망을 치고 있어 정자들이 이를 뚫고 나가는데 다시 고전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자들은 곧장 둥근 머리 부분(첨단체, 선체:acrosome)에 있는 단백질분해효소(proteinase)를 내뿜어 자궁경부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점액을 분해하면서 자궁 속으로 들어간다.

살아남은 정자들에게 새로 닥치는 네 번째의 비극으로 예견치 못한 새로운 죽음의 길이 펼쳐진다. 동서남북을 가릴 수 없는 자궁 내의 어두운 골방이다. 오직 유일하게 난관으로 향하는 한 통로만이 열려있어 정자들은 정신없이 서둘러 난관을 향해 바삐 헤엄쳐나간다. 그러나 자궁과 이 난관이 닿는 협부가 자궁경부와 같이 다시금 좁아진 직경 2~3mm밖에 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정자들은 또 다른 죽음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 자궁과 난관의 연결 부위만 무사히 통과하면 난관이 점점 더 넓어져 난소가 눈앞에 보인다. 이곳을 거쳐 가면 직경이 5~8mm나 되는 난관팽대부가 있어 마침내 그곳에서 수정이 가능하게 된다.

(3) 생명과 죽음의 존엄성 : 인간존엄, 인권, 생존권

생명의 존엄성은 생명 잉태의 생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만 생명이 인간으로 탄생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도 발생한다. 인간은 유일한 자기만의 생명을 가지고도 단독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회적 연대성을 가지면서 인격의 주체로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생명확장의 삶과 사람됨의 인격, 그리고 실존함의 자유가 생명의 존엄성에서와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극대화한다. 사람은 스스로를 순화하고 정화하면서 근원적인 본래성을 지향함으로써 자신만의 존엄성을 갖는다. 인간의 존엄성이 유일한 생명의 존엄성에서 비롯됐으므로 인권 역시 생명의 존엄성에서 유래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인권은 소위 말하는 인간의 인간성(Humanism)에 직결되는 개념이 아니라, 오직 인간의 절대적 생명에서만 비롯되는 개념이다. 사람의 생명은 그 유일성과 독자성 때문에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다. 그러므로 생명의 절대성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생명의 권리가 인간의 기본적 인권임을 말한다.

생명의 존엄성이 인간의 존엄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인권과 생존권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이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인간의 죽음, 즉 생명의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생명의 죽음 역시 존엄하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있는 생명을 가지고 있으므로 신진대사를 통해 성장하고 번식하며 생명의 현상을 이어가다가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본고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인문강좌’(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초구민회관)에서 백승균 계명대 목요철학원장이 ‘사람과 생명, 그리고 사회-인간 삶의 철학으로서 인문학’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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