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보다 위대한 인류의 영웅, 자나바자(2)
징기스칸보다 위대한 인류의 영웅, 자나바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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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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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빛' 몽골 이야기 _ <8>
 

[독서신문] 믿기 어렵겠지만 몽골의 교육기관들은 징기스칸을 '세계적인 강도였으며, 민족의 수치'라고 가르치며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했었다. 그러나 징기스칸을 '밀레니엄 맨'이라고 부르며 "지난 천 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기여를 했다"고 온 세상이 칭송을 하자 공산정권이 무너진 몽골에서도 징기스칸의 인기가 폭발을 했다.

필자는 몽골에 온 외국인들에게 강의를 할 때마다 "'자나바자'라는 이름은 반드시 기억하고 가라"고 말한다. "새천년의 벽두에야 징기스칸을 알아볼 수 있게 된 우리 인류의 정신문명이 좀 더 진화하면 징기스칸보다 더 위대한 인류의 영웅, 자나바자를 알아보게 될 것이며, 세상에 회자되는 그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될 것"이라고 예언처럼 말한다.

▲ 운드르게겐 자나바자 라마도(圖). 라마도는 스승을 신앙의 대상으로 그려 모시는 몽골불화의 가장 중요한 양식이다. ⓒMIBA Publishing. 몽골불교미술문화원 제작 소장

몽골이 개방되고 자나바자의 걸작품들을 접하고 놀란 서구인들은 자나바자를 '동양의 다빈치' 또는 '동양의 미켈란젤로'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자나바자와 비유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높으신 스승'이란 의미의 '운드르게겐'이라고 불리는 자나바자의 주된 정체성은 예술가나 학자가 아니라 보살(Bodhisattva)이자 영적 교사(Spiritual Teacher)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진화시켜 모든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된 부처의 경지로 이끌려는 것이 예술과 학문을 포함한 자나바자의 모든 활동의 목적이었다.

몽골은 남자 인구의 3분의 1이 승려였다. 자나바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왕과 왕자들이 출가를 했다. 세계를 정복한 전사와 영웅들이 승복이라는 전투복을 입고 인간의 한계와 모든 생명의 고통을 정복하려는 내면의 전투를 벌였던 것이다. 수많은 신통과 이적을 드러낸 탄트라의 마스터인 자나바자가 이 내면의 전사들과 확장하고 진화시킨 인간의 정신능력과 전리품들은 공산주의가 파괴하고 태워버린 몽골불교의 폐허 속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정신유산이 드러나서 진화된 현대의 정신문명으로 공유될수 있다면 자나바자가 징기스칸보다 더 위대한 인류의 영웅이라는 것을 세상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징기스칸에서 자나바자로의 진화를 보며 미시적인 굴곡이 있어도 빛은 직진하듯이 인류도 진화하고 있다는 긍정을 확인한다.

▲ 필자는 지난 2004년 1월, 떠난지 20년만에 인도 다람살라의 9대 젭쮼담바를 방문했다. 그분도 나도 외국인이면서 몽골 전통 옷인 델을 입고 몽골불교 일을 하고 살기 때문이었을까? 특별히 가깝고 따듯한 느낌에 필자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젭쮼담바의 절이 있는 새로 지은 큰 건물에는 내가 사는 독립 몽골과 러시아 영내의 자치 몽골인 칼묵, 토와, 브리아트에서 온 젊은이들이 거주하면서 린포체의 지도를 받으며 교를 공부하고 있었다. ⓒMIBA Publishing.

대몽골의 마지막 황제가 된 자나바자의 8번째 환생, 복드칸

자나바자는 티베트의 대학자였던 젭쮼 따라나타의 환생이란 의미로 젭쮼담바라고도 한다. 제1대 젭쮼담바인 자나바자가 입적(1723년)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8명의 자나바자가 젭쮼담바들로 환생했다. 티베트의 역대 달라이라마들이 정치와 종교의 수장을 겸하는 것과는 달리 몽골의 역대 젭쮼담바들은 독신의 비구계를 지키며 종교수장의 역할만을 했다.

그러나 거친 역사의 우여곡절로 8대 젭쮼담바는 승려의 신분으로 몽골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몽골은 무너지는 청나라와의 연합을 파기하고 독립을 선포하기 위해 징기스칸의 직계 왕자였던 자나바자의 환생인 젭쮼담바를 칸에 즉위(1911년)시켰다. '성스러운 황제'라는 의미의 복드칸은 몽골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황제의 힘든 역할들을 지혜롭게 수행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복드칸의 여름궁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울란바타르의 관광명소다.

1924년 복드칸이 입적하면서 영광의 몽골제국은 막을 내리고, 몽골인민공화국이 선포되었다. 몽골인민공화국 정부는 대규모의 참혹한 승려 학살과 불교 파괴를 감행했다. 학력이 높은 승려들을 수백 명씩 집단으로 학살하고 나머지는 강제노동수용소나 학교로 보냈다. 모든 절들을 파괴하고 불태웠다. 1938년부터 1945년까지 몽골에서 단 한 개의 절도 승려도 볼 수 없었다.

8번째 환생인 9대 젭쮼담바는 1936년에 몽골이 아닌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환생했다. 중공군의 침공으로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자 젭쮼담바도 티베트를 탈출했다. 필자가 유학하던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젭쮼담바 린포체는 티베트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몽골 옷을 입고 살고 있었다(1989년).

그때부터 린포체는 다람살라에 오는 모든 몽골인들이 당연하게 의지하는 어른이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온 몽골인들이 인도에서 만들고 겪는 온갖 황당한 사고와 말썽들을 해결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1990년 몽골 불교에는 자유가 왔지만 젭쮼담바는 그렇게도 원하는 몽골에 와서 살 수가 없었다. 정치적인 이유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64세에야 몽골에 와서 살았지만 2012년에 입적하였다. 

/ 김선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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