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가 성적 매력을 느낀 남자는?
'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가 성적 매력을 느낀 남자는?
  • 독서신문
  • 승인 2015.07.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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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 익는 마을

[독서신문] 말보다 행동이 빠르다. 군자는 말은 더디게 하더라도 행동은 민첩하게 하기를 바란다. (君子欲訥於言而 敏於行: 군자욕눌어언이 민어행)
-「里仁」편-
 
말을 신속히 하다보면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을 가려서 할 수 없다. 하지 말아야 될 말을 신속하게 해버리면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힌다. 행동은 신속해야 한다. 실천은 망설이지 말고 즉시, 단호하게 결행해야 한다. 말보다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 말은 더듬더라도 행동과 실천은 민첩해야 한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 분/이 배우는 커밍아웃한 것으로 유명하다)과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 분)의 머리싸움은 관객들에게 극에 빠져 들게 하는 매력적 요소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스텉링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버팔로 빌'에 대한 단서를 잡기 위해 노력하던 중 정신과의사인 한니발 렉터를 찾아 가는데 그 역시 흉악범이다.

렉터는 살인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의 대가다. 팽팽한 긴장감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신경전 속에 이뤄진 첫 만남에서 렉터는 스털링을 보자마자 스털링의 체취와 옷차림, 그리고 간단한 말 몇 마디로 그녀의 출신과 배경을 간파해버린다. 그러나 스털링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상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최고의 자기 절제를 보여준다. 그리고 침착하고 조리 있게 주어진 상황을 분석해나간다.

이 장면은 매우 유명하다. 두 사람은 방탄유리를 두고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긴장감과 함께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방탄유리는 사람을 9명이나 죽인 렉터로부터 스털링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차단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리가 진정한 방어막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나 할까? 스털링은 그와 심리적 기싸움을 해나가는 동안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미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안소니 홉킨스는 렉터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을 완벽하게 해나간다. 지적 탁월함, 그리고 죄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자신감과 지성이 돋보이는 매너로 지적 교만으로 가득 차 있는 젊은 여자의 마음까지 훔쳐가는 매력을 발산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상한 취미까지 지닌 그에게 스털링은 성적 매력까지 느낀다.

여기서 말은 공허하다. 그것은 입밖으로 튀어나오자마자 허공으로 안개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상대의 눈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은 천 마디 말보다 더 진실되고 정확하게 다가온다.

'君子欲訥於言而 敏於行'에서 '訥'은 '말더듬을 눌'이라 했다. 이 말은 어쩌면 입이 아니라 눈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는 말도 있다. '말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과 대척점에 있으며, 이는 서로 간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도 부정적 입장을 취한다.

다변의 미학을 부정하지만 인정하기도 하고, 동시에 눌변의 인내심을 찬양하지만 비난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유행복학교' 회원이신 이화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듣기를 즐겨하고 말은 줄이는게 그나마 중간은 가는데 늙어 갈수록 아는 건 많아지니 입이 근질거려 척척 해대면 배척 당하고 말이 많으면 실수 또한 많아진다. 판단이 안설 때는 침묵이 답이다."

이는 정서적 분파의 콜라주이며 상호간 텍스트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혼성모방을 갖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어눌함이 정도(正道)의 길이라면, 다변도 정도의 길일 수 있다. 그래서 양피(兩皮)는 피장파장이라고 강변해도 도끼 들고 쫓아올 사람 없을 듯하다.

물론 '입방정'이 '어눌함'보다 절대 낫지 않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유사 이래 입을 잘못 놀려 삼대가 멸족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며, 마누라의 환심을 사려고 교언영색했다가 오히려 꼬리를 밟혀 사고무친의 길로 먼저 간 사람도 드물지 않은 만큼 '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들어 있다'는 말이 새삼 뼈에 칼바람을 넣는 듯 으스스하다.

그나저나 경북 예천군에 청소년 때부터 말을 바르게 하는 습관에 도움을 주는 체험학습공간인 '말(言) 무덤 공원'이 생겼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인다. 사연인 즉, 예천군은 20여 년 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모여 세운 말 무덤 비석 주변 약 1,000평에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 난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온다', '한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 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 뜨린다' 같은 말과 관련된 격언과 명언을 자연석에 새긴 격언비를 설치했다. 격언비 한 개에 2~3개씩 모두 34개의 격언이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 윤진평 <논어 익는 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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