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소장하고 싶은 경제·경영서적 출판의 꿈
평생 소장하고 싶은 경제·경영서적 출판의 꿈
  • 독서신문
  • 승인 2015.06.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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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특별기획] '책과 CEO' _ (주)한경BP 고광철 대표
▲ "경제·경영에 관한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 출판문화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고 강조하는 ㈜한경BP의 고광철 대표 [사진=한국경제신문 제공]

[독서신문] 언론사만큼 깊이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식 공장이 있을까. 특히 신문사는 뉴스의 원천을 파헤치고 다양한 시각으로 재조명해 퀄리티 높은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지식 제작소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같은 지식 공장 중에서도 경제·경영에 관한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경의 우산 아래 있는 한경BP도 경제·경영서적 출판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다는 의욕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출판사다.

선진 경제·경영학계의 신조류를 놓치지 않고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식자층에게는 지식의 향연에 동참할 수 있게 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이번주 '책과 CEO'는 작년 3월 한경BP의 새 수장을 맡아 읽고 싶은 경제·경영서적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고광철 대표를 만났다.

- 한경BP는 '경제·경영 전문 출판사'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줍니다. 그 분야의 책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정말 많죠. 대표적인게 앨빈 토플러 책입니다. 『미래쇼크』(1989년), 『권력이동』(1990년) 등등. 정말 주옥같은 콘텐츠가 담긴 명저 아닙니까. 당시 한경BP는 별도의 출판법인으로 분리되지 않은 출판국 체제였습니다. 한경이 언론사로서 세계 지식의 흐름을 가장 먼저 짚어내고 이끌어가는 첨병 역할을 했기 때문에 토플러 같은 저자도 발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소개된 토플러 책은 한국에 미래 바람을 몰고 왔죠. 그밖에 피터 드러커의 『넥스트 소사이어티』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 정신』과 『경제인의 종말』,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기 소르망의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과 『자본주의 종말과 새 세기』,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 등 국내 지성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책들을 연달아 냈습니다."

- 한경BP는 언제 독립된 출판사로 분리됐나요?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시절이었죠. 출판사로서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입니다. 출판법인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한경 본사와는 워낙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양서를 소개하는 작업은 오히려 속도를 더 내게 됐습니다. 경영학계의 최고 구루라고 불린 피터 드러커 책은 지금도 1년에 2~3권씩 출간하고 있습니다.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경영의 신이라고 칭송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책 역시 1년에 몇 권씩 내고 있습니다. 최근 펴낸 이나모리 가즈오의 『불타는 투혼』, 『어떻게 의욕을 불태우는가』는 기업인들은 물론 장래 기업가를 꿈꾸는 학생들한테 큰 사랑을 받고 있죠."

- 드러커나 이나모리처럼 연륜이 묻어나는 대가들 외에 비교적 최근에 발굴한 대형 저자들은 누가 있나요?
"저희 직원들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미래의 대가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토플러나 드러커, 이나모리 같은 불세출의 스타들을 대체할 만한 초대형 저자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전보다 너무나 많은 뉴스와 지식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전달체계도 워낙 다양해지다보니까 전체적인 학문의 흐름이나 학계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선구자들이 줄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유명 저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저희의 숙명이자 존재이유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작년 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 투자자로서 유명세를 탄 피터 틸을 찾아낸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강연을 엮은 『제로 투 원(Zero To One)』이라는 책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에게 생명수같은 지식과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한국에 와 대학생과 기업인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기도 했죠.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출판사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 한경BP 도서들

- 경제·경영 서적은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시장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지 않습니까? 한경BP도 경제·경영 이외의 분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엇보다 경제·경영 관련 분야의 국내외 저자들을 찾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올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는 좋은 책이라면 굳이 분야를 한정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경BP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도 경제·경영 관련 책이 아닙니다. 지난 2005년 출간한 『마시멜로 이야기』가 판매 부수로는 단연 톱이었죠. 그후 『바보 빅터』, 『관계의 힘』, 『난쟁이 피터』 같은 자기계발류를 잇달아 히트시켰습니다. 한경BP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들었죠.

최근에는 외국 소설이 대박을 쳤습니다. 지난 3월 리안 모리아티라는 호주 작가가 쓴 『허즈번드 시크릿(The Husband's Secret)』을 번역해 출간했는데 압도적 차이로 소설 분야 1위를 달렸습니다. 편집자들의 책 고르는 능력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덕분이죠. 모리아티 작가의 다음 책인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Big Little Lies)』도 오는 11월중 출간할 예정인데 기대가 큽니다. 그래도 한경BP의 최대 관심은 경제·경영 관련 좋은 저자를 발굴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담은 『지행33훈』을 펴내 국내 출판계의 관심을 끌었죠? 경제·경영 분야에서 국내 저자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나요?
"'지행33훈'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임직원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왔는지를 담은 일종의 경영지침을 말합니다. 대외적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거죠. 한경의 김용준 기자가 몇 년전 특종 보도했습니다. 그 내용을 이번에 기자의 시각을 담아 풀어쓴 겁니다. 국내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인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행33훈'의 몇 가지만이라도 실천하면 기업 경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한경BP는 본사인 한경에 김용준 기자 같은 우수한 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저자 확보면에서 다른 출판사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 외에도 교수나 연구원, 전문 작가들도 저자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지행33훈』’은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였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수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만이 아닙니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등에서도 문의를 해오고 있죠. 제가 한경BP를 맡으면서 동남아지역에 대한 수출을 강조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아동물 중심으로 소극적인 수출이 이뤄졌습니만 앞으론 아예 수출을 염두에 둔 저자 확보 및 콘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일까 합니다. ‘『지행33훈’은 본격적인?수출 길을 연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프랑크푸르트나 런던도서전등 국제 도서전에 열심히 다니는 것도 그런 조류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 요즘 출판업계가 어렵다고 합니다. 도서정가제가 취지와 달리 출판사들에 부담을 주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판매 부진을 호소하는 출판사들이 적지 않다고 하죠?
“도서정가제를 입안한 사람들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중소형 유통사들을 살리고 결과적으로 출판사도 돕겠다는 취지였겠죠. 하지만 많은 출판사들에는 도서정가제가 마케팅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간들을 할인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안타깝습니다. 어디 도서정가제만 문제인가요. 지금 출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쏟아내는 책을 소화해줄 독서층이 너무 얇다는 점입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에 취해 책장 넘기는 것을 마치 중노동하듯 어려워하는 척박한 토양에서 출판사들이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 어떻게 하면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정부와 기업이 독서캠페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금융계 CEO(최고경영자)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 분들을 뵐 때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국민들의 책읽기 운동에 과감한 투자를 해달라고 당부합니다.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독서를 하지 않는 국가가 어떻게 선진 강국이 될 수 있겠습니까. 책 속에 길이 있고 미래가 있지 않습니까. 제발 기업들이 독서 캠페인을 사회공원 차원에서 실시해줬으면 합니다. 정부도 국민들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출판 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각종 세제 혜턕을 늘리고 예산 지원도 강화해야 합니다. 출판사들도 책임이 큽니다. 언제까지 스마트폰 탓만 하고 있겠습니까. 좋은 책을 발굴해야 합니다. 독자들이 읽고 싶은 책을 내야 합니다. 콘텐츠가 탁월하면 독자들은 찾게 돼있습니다."

- 한경BP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습니까?
"경제·경영에 관한 독보적인 출판사로 우뚝 서는 겁니다. 한경이라는 친정이 있는 한 한경BP는 경제·경영 출판의 큰 줄기를 붙들고 갈 작정입니다. 모든 출판사가 그렇지만 10년이나 20년, 아닌 수십년이 흘러도 사랑 받는 장기 스테디셀러를 내는 게 가장 큰 희망입니다. 경제학을 배우는 학생이나 경제를 알고 싶은 일반인, 경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한경BP의 책은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출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디지털화에도 선두에 서겠습니다. 아직 e북 독자들이 얼마 안되지만 결국 e북은 활성화될 겁니다. 사회가 바뀌고 있는데 독서습관이라고 안 바뀌겠습니까. 또 최소한 동남아에서만이라도 우리 책을 경쟁적으로 수입해서 사 볼 수 있도록 수출에 각별히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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