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혓바닥
불 혓바닥
  • 독서신문
  • 승인 2015.06.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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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숲

                                                전 순 영

활활 타오르는 불 혓바닥이
산을 삼키며 달려오는데
땅속 깊게 박힌 쇠말뚝에 묶인
황소 한 마리

눈만 끔벅거리고 있다

바닷물을 다 끌어와부어도 꺼지지 않을
불 혓바닥이 똑각똑각 말발굽 소리
달려오는데

나는 내 속에 깊게 박힌 쇠말뚝에 묶여
눈만 끔벅거리고 있다

- 전순영 시집 『숨』에서

■ 전 순 영
○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목이 마른 나의 샘물에게』, 『시간을 갉아먹는 누에』, 『숨』

■ 감 상 평
○ 어불성설이지만 가끔은 인간도 신적인 존재가 될 때가 있다. 산야에 아름답게 핀 꽃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때에도 꽃에겐 인간이 신적인 존재나 다름이 없다. 방안에 갇힌 파리 한 마리를 줄기차게 쫓아 잡아죽일 때에도 파리에게 능히 인간은 신적인 존재이다. 모르긴 하지만 생명체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능히 신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의 혓바닥이 산을 통째로 삼키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황소는 그저 말뚝에 묶여 피할 길이 없다. 황소에게 신적인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누구일까. 똑같이 불 혓바닥이 말발굽소리 울리며 달려오고 있는데 시인은 자기 속에 박힌 말뚝에 묶여 달아나질 못하고 있다. 이제 시인이 시인 자신에게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 장종권(시인, <아라문학> 발행인,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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