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미가 박차돌과 딸 초롱을 버리고 도망간 이유는?
백장미가 박차돌과 딸 초롱을 버리고 도망간 이유는?
  • 독서신문
  • 승인 2015.06.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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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 익는 마을

[독서신문]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굽혀서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아니하면서 부와 귀는 나에게 뜬 구름과 같다.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 富且貴 於我如浮雲(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여재기중의 불의이 부차귀 어아여부운)   -「술이(述而)」편

대다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모으려고 한다. 여유가 생기면 권력을 사고 명예를 얻으려 한다. 이런 삶은 진정으로 자기가 바라는 삶이 아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부유한 사람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서 어느 정도 의식주가 해결되면 더 이상 무엇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남아있는 시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해야 한다. 자기 가슴 속에 있는 아픈 기억들을 치유하는 데에도 시간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자유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영국의 작가 W. M. 새커리의 장편소설 『허영의 시장』은 사람들이 '허영'을 팔고 있는 장소이다. 이 시장에서는 색욕, 쾌락, 환락, 지위, 명예 등 모든 것을 파는데 사기, 도박, 깡패, 광대, 요술 등 온갖 하류상품도 팔고 있다. 허영의 노예가 되어 모든 것을 스스로 파괴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은유되고 있으며 돈 많은 여자와 가난한 여자를 등장시켜 상류사회의 속물근성을 풍자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돈이 자신의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한때 한창 인기를 모았던 MBC-TV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서 백장미는 가난이 싫어 박차돌과 딸 초롱을 버리고 도망을 간다. 박세라 역시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해 결혼했지만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와 있으나 아직도 옛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돈 많은 남자에게 눈이 멀어있다. 장미네 집안의 백만종은 공무원 신분이면서도 뒷돈을 받아 챙기고 돈 많은 사위를 얻기 위해 직권남용까지 서슴치 않을 뿐 아니라 두 딸의 사랑을 망치게 만드는 금전만능주의의 불행한 인간이다.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전설의 마녀'에서 제빵 재벌 마태산과 후처 차앵란 역시 돈과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일이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며느리까지 교도소에 보내고 아들의 여친이 아이를 낳자 협박을 하여 떼어놓는다. 사기전과로 교도소 신세까지 진 숱한 남성편력의 손풍금은 재벌집 자제와의 결혼을 꿈꾸다가 헛물을 켜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식으로 여전히 돈 많은 사람 찾아다니는데 하루가 짧다.

이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돈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마무리 된다. 이처럼 작가도, PD도, 연기하는 당사자도 돈이 곧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그렇게 끌고 간다. 그 이유는 당연히 시청률 때문이다. 돈과 여자, 배신과 음모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키는 일등공신임을 알기 때문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음은 이제 모두가 잘 아는 상식이다. 세상은 자신의 메아리다. 에코(echo)라 불리는 그것은 다른 비슷한 생각·사건 등의 반복을 말한다. 내가 욕을 하면 욕이 돌아오고 노래를 부르면 노래가 부딪혀온다. 자비를 베풀면 자비가, 사악함을 품으면 사악함이 가득 차 악귀로 변하게 될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얻으려는 생각, 그것은 사악함으로 뭔가를 얻으려는 생각과도 같다.

물론 돈은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안락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유용하다. 그러나 돈이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그 가치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돈을 버는 데는 정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건실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거나 배가 고파 허덕이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돈의 진정한 가치이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석유왕으로 잘 알려진 록펠러 1세의 사업 동료 중 한 사람인 에드워드 베드포드가 남미에서 물건을 잘못 구입하여 회사에 1백만 달러의 손해를 끼쳤다. 1900년대 초의 1백만 달러는 지금으로 치면 몇 천억 달러가 되는 돈이었을 것이다. 록펠러는 그러나 화가 치밀었음에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베드포드가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었고 손해는 이미 입은 것이었다. 록펠러는 그를 칭찬할 거리를 찾아 나섰다. 그는 베드포드가 투자한 돈 가운데 60%를 회수한 것에 대해 칭찬했다. "멋져. 그만큼 회수한 것도 대단한 수완이야!"

록펠러가 소인배였다면 돈이 날아간 것을 먼저 떠올리며 망아지처럼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돈보다 사람이 더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에 친구를 감싸주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더 큰 이득을 가져왔다. 이후 베드포드는 록펠러를 위해 충심을 다했으며 나중에 손해를 보충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늘 행복해지기만을 바라지 말라. 행복도 하나의 소란이자 일종의 열병이다. 사람은 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행복이 지속되면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행복은 잠시 머무는 것이 좋다. 그럴 때만이 진정한 행복을 맛본다. 장기간 지속되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곧 지겨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안빈낙도' 역시 게으름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무엇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충일한 삶이 되겠는가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은 각자의 몫이다. / 윤진평 <논어 익는 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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