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홍 준
창밖에 걸린 보름 밤 둥근 달
구름에 흘러가는 너의 걸음걸음
천진한 흥얼거림은
아직도 갈 길 멀었음이랴
뜬눈으로 그리움 안고
서럽고 들뜬 마음
청아한 참새 소리에 얹어
기도로써 다시 시작하는 아침
비가 묻은 바람에 나뭇잎 출렁인다
길고 먼 여정
하늘에 닿으려나
[이해와 감상]
서정적인 삶에의 진실 규명 작업
오늘의 한국현대시가 릴리시즘의 진수를 잃고 관념화 경향이어서 걱정스럽다고 본다. 시의 본질적 생명은 서정이라는 것이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함없는 견해이다.
우리가 시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은 거기 써있는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고, 마음속에서 환기되는 존재감의 상징적 표현 양식이다. 바로 그와 같은 시작법을 최홍준 시인의 「길고 먼 여정」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창밖에 걸린 보름 밤 둥근 달/구름에 흘러가는 너의 걸음걸음/천진한 흥얼거림은/아직도 갈 길 멀었음이랴”고 반문하는 화법은 중천에 떠있는 달과 인생이라고 하는 스스로의 존재를 대비시키는 삶에의 진지한 자성의 의미가 자못 빼어나게 심볼라이즈된 양상의 제시다.
“뜬눈으로 그리움 안고/서럽고 들뜬 마음/청아한 참새 소리에 얹어/기도로써 다시 시작하는 아침/비가 묻은 바람에 나뭇잎 출렁인다”고 하는 해맑은 에스프리(espri, F, 精髓)가 영롱한 이미지로 승화는 세련된 시어 구사 또한 근래 우리 시단에서 보기드문 시작법의 제시이다.
특히 “비가 묻은 바람에 나뭇잎 출렁인다”고 하는 인생에 대한 존재감의 고답적인 상징 표현은 자못 감동적이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