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페이 전투에서 일본 무사가 소년을 살려준 이유는?
겐페이 전투에서 일본 무사가 소년을 살려준 이유는?
  • 독서신문
  • 승인 2015.06.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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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 익는 마을

[독서신문]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  -「爲政(위정)」편
周(주)와 比(비)는 모두 사람과 친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나 周는 公(공)이고, 比는 私(사)다. 군자와 소인은 행하는 바가 항상 상반된다. 그 이유는 公과 私를 분별하지 않는데 있다.

군자는 조화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뇌동하되 조화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는 말과, 군자는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되 태연하지 않다(君子泰而不驕 小人驕而不泰)<「子路(자로)」편>는 말도 비교되는 사례이다.

일본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겐페이 전투에서 있었던 구마가이 나오자네의 행동이다. 이 싸움에서 구마가이는 적군 한명을 죽이려 하다 뭔가 이상해 투구를 들어보니 어린 소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소년을 일으켜 세우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년은 거부하며 “명예를 위하여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구마가이가 머뭇거리자 소년은 “이름도 없는 사람 손에 죽는 것보다 당신 손에 죽고 싶다”고 간청하였다. 마음이 울컥하여 살려주고 싶었던 구마가이는 소년의 눈을 바라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단칼에 소년의 목을 날렸다.

그 뒤 구마가이는 칼을 버리고 일생 떠돌이 중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것은 ‘측은지정’이며 상생의 법도로 군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소년을 죽이는 것은 명예를 중히 여기는 그의 영혼을 지켜주는 일이며 두루 사랑하는 상생의 정신인 것이다. 비굴하게 살아 있는 것보다 더 큰 명예를 얻게 해주는 배려 또한 상생인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조화하되 부화뇌동하지 않는 큰 그릇의 면모를 본다.

만물이 당위적 생존이치에 합당한 공생적 생을 열어가게 만드는 사람이 군자다. 생성의 진리와 이치를 깨달아 청허한 마음으로 인의예지하는 삶, 그것이 군자가 지녀야 할 진정한 자세다.

생태계는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며 전체적인 번영을 일궈간다. 생태계에서는 생물과 생물, 생물과 환경이 서로 적응하며 조화롭게 살고 있다. 연못에 사는 식물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곤충과 물고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연꽃 같은 식물은 정화작용을 하고 연못을 비추는 햇빛은 물풀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식으로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변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생태계의 평형’이라고 부른다.

안정된 생태계는 평형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생태계의 평형이 깨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가뭄, 홍수, 태풍, 지진, 산불 등과 같은 자연적인 요인과 귀화 생물에 의한 요인, 그리고 댐, 도로, 골프장 건설 등과 같이 사람에 의한 요인이 있다. 이렇듯 생태계는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스스로 복원하는 자생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는 상호간의 양보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봄에 피는 각종 꽃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일찍 피거나 늦게 피면서 조화를 이뤄나간다. 큰 나무 밑에 있는 꽃들은 나무들이 개화하기 전에 먼저 피었다가 사라진다. 이른바 상생을 위한 전략인 것이다. 어떤 고기들은 수컷이 자신의 정자를 전혀 모르는 다른 고기들의 입에 분사하곤 도망가버린다. 사막에 사는 어떤 벌레는 다른 동물의 몸에 들어가 정자를 낳곤 도망친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이며 ‘뻐꾸기 생존전략’인 것이다. 이 모두가 편을 가르지 않는 공존법칙이다. 그러고 보면 ‘생태계의 평형’은 군자요, 평형을 깨게 만드는 것은 ‘소인’이라 할 수 있다.

이래서 어디가든 소인은 공존을 위협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교만하기 그지 없다. 맑게 걸러진 기쁨과 행복은 소욕에서 나오며 조화에서 나온다.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갈등이 생긴다. 타인의 가벼운 무례함 정도는 받아들이고 등을 토닥거려줘야 한다. 그래야 화평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법이다. 그게 바로 배려와 사랑이 깃든 군자다움이 아니겠는가? / 윤진평 <논어익는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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