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영업의 달인’으로 통하는 백효흠 전 현대자동차 사장이 베이징현대차의 급성장을 이끌어낸 노하우를 담은 『대륙을 휩쓴 열정』(미래를소유한사람들)을 펴냈다. 워낙 변수가 많아 접근하기 쉽지 않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어떻게 뚫고 나갔는지 그 비결을 소개해 놓았기에 서평으로 소개한다.
내가 중국에 처음 간 것은 2006년이었다. 회사에서 가족 동반 단체여행을 간 것이다. 베이징 수도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뿌듯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처음 보는 생경한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전에 공항 전체에 흩뿌려져 있는 택시들의 위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택시들이 모두 현대자동차의 아반떼(현지에서는 엘란트라)가 아니겠는가?
그 이후 인연이 되어서 2012년부터는 베이징동화원의료설비유한책임공사와 천진만도 등에서 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중국에 자주 왕래하게 되었다. 이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북미와 함께 중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 축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각 지역마다 맹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상해의 폭스바겐, 천진의 도요타, 광동의 혼다 등 각 지역에는 중국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베이징의 택시는 폭스바겐의 차지였는데, 이 책은 베이징 택시업계의 맹주였던 폭스바겐을 몰아내고 열정과 지혜로 지금의 베이징현대를 일궈낸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담은 이야기이자 한 개인의 리더십과 성장에 관한 기록이다.
『대륙을 휩쓴 열정』(이하 대륙)은 백효흠 전 사장이 쓴 현대자동차의 중국 진출 성공 스토리다. 경영혁신 컨설팅을 하다 보니 변화와 혁신에 아무래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 책에 손길이 가게 되었다. 물론 나처럼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눈에 쏙쏙 들어오게끔 잘 엮어져 있어서 무척 좋았다. 책 곳곳에 ‘편지’ 형식으로 저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영업의 최전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변화에 대한 열정’을 책 전반에 걸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와 유사한 책으로는 얼마 전까지 유행처럼 번졌던 『일본전산이야기』(2009, 샘앤파커스), 『모티베이터』(2008, 책든사자), 『변화의 중심에 서라』(2006, 크레듀하우), 『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2009, 김영사)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개인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모티베이터』) 라든지 회사의 여러 갈등을 극복하고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이야기(『변화의 중심에 서라』 등)은 이 책과 굉장히 많이 유사하다.
하지만, ‘대륙’에서는 그 스케일을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그것도 세계 최대의 격전장인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말로만 들어왔던 ‘꽌시’를 어떻게 현지화 전략으로 연계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마치 소설을 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책 곳곳에 포진시켰다. 이 책의 4부 ‘공감’ 편에서는 이것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다.
‘대륙’의 미덕은 또 있다. <신의 한 수>라는 책 속의 ‘꼭지’를 곳곳에 배치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누구여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입사를 준비하는 대학생이라든지, 업종, 분야를 막론하고 영업, 마케팅을 담당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베이징현대의 고객관리 비결’,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담 스킬’ 등이 있다. 이 중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담 스킬’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담 스킬’로 일반화하여 부록에 싣고 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변화와 혁신에 관한 책이다. 거죽은 영업성공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개척, 도전, 열정, 공감 그리고 성취에 관한 노하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어렵게 번역되고, 우리와 썩 어울리지 않는 사례들로 채워진 외서보다는 바로 당장 실무에 적용할 수도 있고, 두고두고 경영에 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업의, 개인의 성장담을 읽어 큰 보람을 느낀다.
/ 오춘백(삼성전자 출신 기업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