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끝에 서다
인생의 끝에 서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5.2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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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살면서 한 번쯤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현실과 미래의 통로에 갇혀 도망치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눈을 떠보면 신경 쓸 것도 너무나 많다.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기엔 너무 무모한 일일 뿐.

그런 우리를 대신하듯 세상의 끝까지 다녀온 남자가 있다. 실패를 동반자로 죽음을 찾던 그는 대한민국의 꿈 없고 희망 없는 영혼들에게 잠잠히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청춘은 마냥 꽃 같은 시절이 아닐 수도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취업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대학 4년을 마치고 나오면 4년 동안 받은 학비 대출금은 고스란히 자신의 부채로 남겨지며, 1년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하는 슬픈 현실이 다가온다.

이 책은 이러한 경쟁에서 밀려나고 잉여로 살아가야 했던 한 젊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인생의 쓰디쓴 패배를 맛본 후 생을 마감하기 위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그렇게 죽으려고 떠난 인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인도 여행에서 남은 300만원만 달랑 들고 영국으로 떠난 그는, 영국을 거쳐 프랑스를 지나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속초로 들어오는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과연 이 무모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해안 절벽 끝에 앉아 북극해를 바라보며 지난 1년간의 여정을 되새겼다. 구원이던 행복이던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지만 사실은 얻은 게 하나도 없었다. 단지 무언가를 비워 냈을 뿐. 얻음이 아니라 무언가를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나는 이미 이 세상의 끝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놈이고, 이 끝에 오기 전까지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무거운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니 후련했다. 그리고 웃으며 내려갔다.                    -본문 243쪽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 있다면 경쟁에서 밀렸지만 인생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움 삶이 참 많다는 사실이다. 희망 없는 청춘들에게 시원한 마음을 전한다.

■ 길 잃은 개
장준영 지음 | 매직하우스 펴냄 | 320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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