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칼럼] "신에게는 아직 12개의 황금열쇠가 있습니다"
[이창호 칼럼] "신에게는 아직 12개의 황금열쇠가 있습니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4.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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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대표
세상에서 가장 마음씨 좋은 고흥 촌아저씨처럼 생긴 그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역사를 창조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귀가 솔깃해져 그의 이야기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바로 임진왜란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대패한 후, 이순신 장군이 다시 통제사 재임명 교서를 받고 수군을 재정비해 전선 12척에 군사 120명이라는 최악의 전투 조건으로 전쟁을 수행해 장엄한 승리를 쟁취한 이야기이다. 그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고 입에서 불을 토한 후, 사랑하는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명량해전을 앞두고 최악의 상황에서 임금에게 장계를 올렸다. 그래서 필자는 4월 28일 '이순신 장군 탄신' 470주년을 맞이하여 역경을 딛고 사랑하는 조국을 어떻게 구했을까, 또 수많은 역사적 전투를 통틀어 유일한 백전백승의 불패신화를 이룬 비결이 무엇일까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자, 그러면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지도력, 황금열쇠가 무엇일까요?

첫째는 자신감이다.

"석 자 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이순신 장군의 검에 새겨진 문구이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 중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전쟁에서 전투력보다 중요한 것은 '이긴다는 자신감'이다.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에서는 '인생을 변화시키는 마술 같은 공식'을 신념이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은 바로 신념의 마력을 전쟁터에서 유감없이 발휘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의 자신감은 왜적에게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생각을 긍정과 자신감으로 바꾸었다. 이런 점에서 자신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위대한 힘이다. 지도자는 누가 뭐라 한다 해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목숨으로 지키는 올곧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그러한 자신감이 옳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둘째는 동기부여이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 중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사람도 없다. 인간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진정어린 동기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목표를 향한 전진에서 동고동락의 다짐이 전제될 때 일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동기가 자연스럽게 부여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순신 장군은 전투에서 군사들에게 이러한 동기부여를 잊지 않았다.

셋째는 소통이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능히 두렵게 할 수 있다." 부하들이 어리둥절해하자, "목숨에 기대지 마라.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 나가기 전 현재 처한 상황이 초비상 상황임을 말해준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에 나서기 전, 전쟁 상황에서 매순간 부하들과 따뜻하게 소통했다. 전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부하들에게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며 현장을 장악해 나갔다. 『난중일기』에 '부하 장수들이 여러 차례 찾아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술을 마셨다'는 기록이 나올 만큼 그는 소통하는 통섭적 지도자였다. 또한 이순신 장군은 '말단 부하의 이야기까지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소통을 통해 전승을 이어나갔다.

넷째는 정성이다.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까지 최선을 다했노라"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 속에 거짓됨이 없는 순수한 정성의 극치가 엿보인다. 섬기는 지도자는 타인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과 깊이 있게 공감하고 그를 위해 정성껏 노력한다. 모든 위대한 인물들은 정성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정성이 깃들면 봄날의 부드러운 아지랑이 심정으로, 긴 겨울밤의 빨간 불빛 속 마음으로 사물들을 바라본다. 정성은 반드시 일의 성사를 가능하게 하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태양의 빛이 머문다. 그러므로 정성이 가득한 지도자는 공감하는 자세로 사람들을 대한다. 이순신 장군은 매순간 정성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전투에서 승리했다.
 
다섯째는 강직성이다.

필자의 고향인 고흥 발포에서 있었던 유명한 일화이다. 상사가 "거문고를 만들겠다"며 이순신 장군에게 관사 앞 오동나무를 베어오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끝내 그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다. 상사의 명령을 도리에 어긋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함 때문에 파면과 백의종군 등 위기를 겪어야 했지만 결국에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강직성 덕분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강직성을 발휘해 부하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하였다. 또한 전쟁 승리 시에 군사들의 전과를 일일이 명시해 단 한 사람도 수훈에서 빠지는 일이 없도록 공평하게 포상했던 반면 군령을 어긴 군사는 엄하게 처벌하였다. 이 강직성이 전쟁 승리의 중요한 힘이었다.

여섯째는 전문성이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일반적으로 지도자는 전문성을 겸비하기보다는 일반적인 조직관리 능력만을 중시하는데 오늘날 지도자는 조직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전승 신화는 수많은 전투 기술과 지형, 천문을 볼 줄 아는 전문 지식이 있었기에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으며 수백 척의 왜선을 십여 척으로 격파할 수 있었다. 지도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전문인다운 지식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요소였다.

일곱째는 직무훈련이다.

"머리가 나쁘다 말하지 마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32세의 늦은 나이에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지도자는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태도를 바꾸고, 끊임없이 훈련을 하고, 폭넓은 지식을 쌓고, 탁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태도와 훈련, 지식과 기술의 네 가지는 자기계발을 위한 근본 요소이다. 또한 같은 능력과 인적자원이라도 이를 활용하는 직무 훈련에 따라 효율성과 생산성이 달라진다. 이순신 장군은 정보를 수집, 분석 그리고 해석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직무 할당과 과업 수행, 효율적 방법 지시, 훈련 통제 등과 같은 직무 훈련을 통해 군사들을 지휘했다. 아울러 직무를 수행하면서 조직원의 직무를 이해하고 따뜻한 감정으로 감싸며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배려의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이것이 전승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여덟째는 휴머니즘이다.

한 번은 하위 직급에 있는 이순신 장군에게 당시 병조판서 김귀영이 자기의 서녀(庶女)를 첩으로 삼도록 중신아비를 넣어 의사를 타진했는데 그는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이제 내가 벼슬길에 갓 나온 사람으로서 어찌 권세의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는가." 이는 이순신 장군의 휴머니즘적 품위를 보인 것으로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지도자는 모든 조직원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느 조직원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어느 곳에서나 갈등은 존재한다. 아무리 완벽한 조직이라 할지라도 갈등은 존재하는 법이다. 더불어 나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고 비판, 비난을 가하는 반대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사건건 아무런 이유 없이 저항하는 세력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런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이런 포용적 휴머니즘이 있었다. 이 또한 전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홉째는 벤처정신이다.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23번 싸워 23번 이겼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지 말라." 이순신 장군은 열악한 상황에서 거북선이라는 독특한 전투 무기를 창의적으로 제작해 전투에 활용했다.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창조 정신과 관련된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벤처정신이다. 과연 그 당시에 어느 누가 감히 철갑을 두른 배에 화포를 실은 매우 이례적인 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순신 장군은 당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험가 정신으로 일관하여 거북선을 탄생시켰다. 이 또한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할 중요한 이순신 장군의 벤처정신이 아닌가? 이순신 장군은 즉 벤처정신을 겸비한 위대한 지도자이다.

열번째는 공동체이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12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이순신 장군은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칼과 창과 큰 소리 나는 엄한 영(令)이 아니라고 믿었다. 칼과 창을 내세워 백성을 강압하려고 했다면 백성들은 이순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을 것이다. 이러한 강압이 백성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사이를 벌어지게 했다면 한참 전쟁이 어려운 상태에서 백성과의 참된 공동체의 모습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백성과 더욱 가깝게 있어야 하고 민심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공동체를 떠나서는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열한번째는 선공후사이다.

이순신 장군은 평소에 "자고로 대장이 자기의 공로를 인정받으려 한다면 생명을 보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적이 퇴각하는 날에 죽어 유감이 될 일을 없애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공동체 의식은 선공후사 정신에서 나온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이순신 장군이 풍전등화에 처한 국가를 구해낸 힘이었다. 전쟁 중에 어머니 부음을 듣고도 임지를 지켰던 장군의 행위가 이를 잘 증명해준다. 만일 장군이 사사로움을 우선시했다면 오늘날 우리나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열두번째는 선명한 애국심이다.

이항복의 『충민 사기』에는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나라에 쓰이게 되면 죽기로써 일할 것이요, 쓰이지 못하면 들판에서 농사 짓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권세 있는 곳에 아첨하여 한 때의 영화를 사는 것 같은 것은 내가 제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20세의 아들을 적의 칼날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은 임진왜란 발발 후 파죽지세로 한양을 향해 진격하던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왜군의 육로병진 전략을 차단하여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애국심은 이순신 장군의 전승 요인 중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장군에게 애국심은 곧 자신의 존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투시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한 사람의 지도자와 그의 리더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도자의 부재가 큰 어려움을 가져다준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신은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신은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로서의 자신감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요컨대 '사람 없다. 그대여! 공로는 사직에 있고 충성절개는 죽어도 영화롭다. 인생 한 세상, 한 번 죽음은 못 면하는 데 죽을 때에 죽은 이는 그대 같은 이 드물도다'라는 선조의 제문 속에 이순신 장군이 천추에 멸하지 않은 채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 글쓴이 이창호(李昌虎)는?
- 이창호스피치홀딩스 대표
- 대한명인(연설학). 신지식인(교육)
- 국제구호기구 아시아지역 지원위원회 의장
- 한국청소년봉사단연맹 부총재
- 에듀윌 자문위원
- 저서: 『스피치달인의 생산적 말하기』, 『이순신 리더십』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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