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便) UP과 펀(fun) UP의 장발장 은행
편(便) UP과 펀(fun) UP의 장발장 은행
  • 독서신문
  • 승인 2015.04.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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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산정(秋日山情)'

[독서신문] ‘역성들다’에서 ‘역성(逆成)’은 동사로 편을 들어 두둔하는 것으로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무조건 한쪽만 편들어 지지하며 도와주는 것을 뜻한다. 이순(耳順)이 되어 깨달은 것이 있다면 ‘역성들다’라는 말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에 있다.

최근 들어 경찰서 일상을 심야시간에 스케치해 보았다. 두 손이 차가운 금속 수갑에 묶여 호송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보통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최악의 불경기와 취업한파로 인해 벌어진 생활범죄가 주 원인이라는 보도를 생각해 봤을 때 그들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무겁고 편치 않았다. 편(便)하지 않다는 것은 좋지 않음이다. 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몸이 아픔은 직접적인 고통이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몸의 아픔보다 훨씬 큰 범위의 고통과 씁쓸함을 준다.

개인과 가족, 주변사람 모두에게 불편함을 주는 위법행위의 경계를 넘지 않을 수 없었는지, 힘들지만 불편한 상황을 얼마든지 막을 수 없었는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이 들어서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다. “돈 있으면 죄가 안 되고 돈 없으면 죄가 된다”는 말이다. 벌금 100만원이나 200만원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 벗어날 수 없는 가난한 상황에서 죄를 짓고 경계를 넘어가버린 사람들, 사회 주변으로 밀어내고 다시 격리시키기 위해 그들을 잡아 가두는 일들은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는 자정 경계에 서있는 경찰서모습이다.

다행히 소액벌금이 없어 사회와 격리되는 것을 막아보자며 ‘장발장 은행’이 출발했다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로소 작은 출발이지만 이들에게 편(便)이 생긴 것이다. 편(便)은 人(사람 인) + 更(고칠 경, 다시 갱)으로 되어 있다. 자신에게 이로움이 있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역성들다’라는 말의 의미를 재해석하여 마음의 방향을 바꿔 그들의 편이 되기로 하였다.

편이 많으면 즐겁고 재미있고 힘이 날 수밖에 없다. 편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패로 나누었을 때 그 하나하나의 쪽’이다. 편, 패, 쪽 등은 부정적인 묘한 느낌을 준다. 편 가르기, 패거리, 저쪽(방향) 등은 좋은 쪽보다는 부정정인 쪽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편, 패, 쪽 등 용어를 사용할 때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주로 정치적인 발언에서 대놓고 각기 저마다 속한 무리가 목표로 세운 성향에 대해 묻거나 따질 때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니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이 잘 통하고 서로 지향하는 것이 같으면 그 순간부터 내 편이 되듯 힘없는 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편이 되어 준다는 것은 역성들기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역성들어 주기로 했다. 산하에 봄이 찾아왔고 온기 있는 봄바람은 여기저기 봄꽃을 피우게 하고 있다. 봄바람과 예쁜 꽃, 꽃비 향기는 그냥 좋은 것이다. 그것이 취미와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더라도, 좋은 음악이 마음을 흔들고, 좋은 그림은 감수성을 자극하고 좋은 글은 상상력의 세계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봄바람이 창을 열게 만들 듯 자연스런 역성으로 편들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없이 외소하고 부끄러운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역성과 편들기를 섞어 숨쉬기 편하도록 마음의 문부터 열어야 할 것 같다. 편은 ‘편할 편’이지만 大便(대변), 小便(소변)과 같이 ‘변’이 되기도 한다. 편이 변이 되지 않기 위해 편을 펀(Fun)으로 바꾸기로 했다. 편(便) UP, 펀(fun) UP하고 있는 장발장 은행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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