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이해와 감상]
인생의 참다운 주제 탐구의 서정미학
모름지기 시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것은 삶의 참다운 주제(主題)의 발견이 아닌가 한다.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는 정호승 시인.
여기서 나는 문득 지난 날 내가 애독했던 영국시인 C.D 루이즈(1904~1972)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시의 참다운 주제는 ‘고독과 삶’그리고 ‘사랑과 죽음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 모두가 잠들어가는 조용한 한밤, 하늘의 무수한 별빛아래서 스스로가 걸어온 길을 잠시 돌아보면 어떨까.
시인은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고 했다.
우리가 그동안 보거나 듣고 생각하고 슬퍼하고 감격했던 지금까지의 길의 인포메이션(정보)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삶과 사랑, 죽음으로 이어져 온 기나긴 인간의 역정에서의 ‘고독’의 편린(조각)들이 아닐까. 인간은 결국 혼자 태어나 고독속에 저문다는 귀결이 나온다. 그것에의 극복의 길을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 정호승 시인. 시는 철학이 아닌 순수한 삶에의 자아 성찰의 노래가 아닌가 한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