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필요한 것
사람이 필요한 것
  • 독서신문
  • 승인 2015.04.20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위원 칼럼'
▲ 박흥식 논설위원

[독서신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수 없이 많습니다. 물과 공기에서부터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부터 순서를 매긴다면 어떤 순서가 될까요?

'만일 내가 무인도에 도착했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 회사 워크숍에서 가상 게임으로 토론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가자들에게 생존에 꼭 필요한 10가지를 선택하고 우선 순위를 매겨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성냥과 나침반, 밧줄, 라디오, 나이프, 깡통, 손전등, 책 등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의 신세대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선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물음에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를 수 있을까요? 사람에게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우리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너와 내가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그 공동체는 바로 너와 나를 능가하는 우리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하며, 네가 있음으로 해서 나의 삶이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의 가족관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부부 관계, 부자 관계, 형제 자매 관계, 더 나아가 친구 관계, 직장의 동료 상하 관계,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로 발전합니다. 우리는 이렇듯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중요한 너와 나의 인간 관계가 흩어지고 무너짐을 느낍니다. 혹, 너와 나의 관계에서 의무와 도리가 무너지고 책임과 윤리가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우리의 관계에도 혹 문제가 있다면 치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편의 역할, 자식의 역할, 부모의 역할. 공동체 조직원의 역할 등 누구나 자신의 의무와 역할보다는 상대방의 역할과 책임에만 기대를 갖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살아보면 그 기대를 지켜내기가 그리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 중심의 자유와 자율, 공정함보다는 공동체 개념에 필요한 화합과 도리, 겸손과 양보, 책임과 의무같은 가치가 중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가치가 잘 지켜지지 않음을 보게 되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개인의 현실적 문제는 많은 부분에서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야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하게 현재의 우리들 모습에서 느끼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대화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입니다.

사람곁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 곁에 사람은 없고 온통 미디어뿐입니다. 사람보다 더 가까운 것이 미디어입니다. 스마트폰, 인터넷, 게임기, 태블릿, MP3, 텔리비젼 등…. 사람과 서로 얘기를 나누고 대화하는 대신 온통 기계들과 함께 웃고 놀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보면 이상한 풍경이 연출됩니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손에 놓인 작은 기계 속에서 무언가에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함께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우리의 자녀들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켜놓은채 시선은 화면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풍경이 낳설지 않습니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2012년 공식 초청작인 현대무용 '트레지디-비극'을 보면 황량한 대지에 벌거벗은채 내팽개쳐진 '나'가 '남'과 어울려 진짜사람이 되는 줄거리 입니다.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는 이 연극의 철학적 사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인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사는 사람을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이 땅엔 60억 인구가 살아갑니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사람을 잊어버리고, 대화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입니다. 내게 있어서 너무나 소중한 당신에게, 가족에게, 이웃에게, 혹 서운한 일이 없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박흥식 논설위원(전 방송통신심의위 방송심의국장)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