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과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세계 책의 날’과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5.04.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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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제51회 도서관주간(4월 12~18일)과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맞아 책 관련 행사와 캠페인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한국사서협회와 함께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도서관, 밖으로 나오다’라는 주제로 특색 있는 내용의 ‘도서관 책 잔치’를 펼쳤다.

전국의 도서관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출판 관련 기관-단체, 지자체들도 도서관과 책의 가치를 알리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세계 책의 날’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유네스코가 지난 1995년 제정했다. 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4월 23일로 정한 것은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바로 이날인 데서 유래한다.

특히 올해는 인천시가 ‘2015 세계 책의 수도’로서 4월 23일부터 내년 4월 22일까지 1년간 저작권, 출판산업 육성 등과 관련된 국내외 교류 및 전국민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게 돼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는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매년 5개 대륙을 안배해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해오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13년 7월 19일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됐다.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선 3번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였다.

세 번의 시도 끝에 프랑스 리옹과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유수 문화도시의 경쟁을 따돌리고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은 인천시가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표방하고 시민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책 읽는 도시 인천 만들기’ 등을 추진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곳곳의 공원에 ‘작은 숲 속 도서관’을 확충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강화도의 외규장각과 정족산 사고의 존재, 그리고 팔만대장경 인천 조판설(경남 합천 해인사와 남해군은 동의하지 않는 주장이긴 하지만) 등을 이유를 들기도 했다.

인천시는 지난 4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준비상황을 알리고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당부했다. 1년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BOOKS FOR ALL)’을 비전으로 ‘책 읽는 도시, 창작 출판이 편한 도시, 인문적 가치를 창조하는 도시’를 3대 목표로 잡아 4월 23일 개막한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중점 계획으로는 세계 책의 수도 개막주간행사를 비롯해 한국과 인천의 기록문화전,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 2015 전국 도서관 대회, 통합전자도서관 구축, 디지털 북페어 코리아, 문화복지 책 나눔 북콘서트 등 다양한 책 관련 행사 및 축제가 잡혀있다. 특히 인천시가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제1회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은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아동과 교육에 IT를 접목하는 등 세계 도서전들과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창한 계획과는 달리 ‘2015 책의 수도 인천’은 벌써부터 도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유네스코의 인정 여부와는 별도로 현재 인천의 독서 문화와 독서력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숲 속 도서관’의 엉성한 관리 문제도 지적을 받고 있다. 유정복 시장도 어느 정도 인정했듯 도서관 위주로 진행되는 행사에 ‘겉치레’, ‘전시성’이란 비판과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효성과 내실이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은 예산부족 등 여러 가지 핑계와 이유로 축소되거나 바뀌었고, 이러다가 어렵게 잡은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일회성 이벤트로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정부는 지난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선포했다.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거창한 구호도 내걸었다. 그러나 ‘책 읽는 소리’는 대한민국을 흔들기는 커녕 오히려 잦아든 가운데 ‘독서의 해’가 소리 없이 저물었다. 필자는 여러 차례의 칼럼을 통해 실효성 있는 ‘독서의 해’ 추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려했던대로 또다시 변죽만 울리는 ‘전시성 행사’,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고 말았다. 출판계, 서점계, 독서 관련 단체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영국은 1998년과 2008년, 일본은 2010년에 이미 ‘국민독서의 해’를 전개하고 큰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국민 행복지수 상승’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게도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역대 ‘책의 수도’였던 마드리드, 튜린, 보고타, 암스테르담 등은 행사 이후 대부분 문화도시, 책의 도시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의 수도’라는 행사를 통해 독서, 인문학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된다면 인천은 인문학과 ‘창조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책의 수도’ 행사를 통해 전국적인 독서문화 확산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앞으로 또 다시 개최하기 어려운 중요한 행사가 ‘세계 책의 수도’다.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정부 유관부서들은 ‘강 건너 불‘처럼 수수방관하지 말고 예산 확보와 지원에 발을 걷어부치고 나서야 한다. 인천시와 관계자들도 예산 타령만 하지말고 다양한 홍보 전략을 마련하는 등 의식의 전환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1년의 실행 기간이 남았다. 인천시가 성공적으로 행사를 진행해 실질적이고 모범적인 독서진흥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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