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실로 진실로 ‘신’입니까?
당신은 진실로 진실로 ‘신’입니까?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4.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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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신’을 직접 만난다면 어떨까. 눈앞에서 ‘내가 신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인지 뭔지 모를 생명체를 보고 덥석 그를 믿을 수나 있을까.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도 하는 일마다 죄다 엉망으로 돼버리는 브루스 앞에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남자가 나타나는데, 브루스는 역시나 그를 ‘말도 안되는 정신이상자’쯤으로 생각해버린다.

신이라 한 사람이 진짜로 신이라면야 판타스틱한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 사람이 정말로 정신이상자라면 이야기는 복잡미묘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는 ‘신은 존재하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다소 심각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로 그려낸 책이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심리 치료사에게 ‘신’을 자처하는 수상한 사내가 심리 상담을 의뢰해 온다.

심리 치료사 야콥과 자칭 ‘신’이라는 남자 아벨의 공통점은 현재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야콥은 이혼과 파산으로 자기 문제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태였고 ‘고민 많은 신’ 아벨은 아르바이트로 서커스 광대 일을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야콥은 아벨을 정신이상자로 확신하면서도 왠지 모를 호감을 느끼고 상담 의뢰를 받아들인다.

알고 보니 아벨은 타인을 ‘사칭’해 온 전과가 화려했다. 의사, 비행사, 판사, 건축가 등 여타 전문직이라고 하는 직종은 전부 섭렵했다. 사칭한 것이 아니라 모두 면허가 있으며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더해 자기 일생의 역사를 말해보라 하면 ‘빅뱅’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알았어. 그럼 빅뱅부터 시작하지.” 그가 손가락을 주물럭거린다. “빅뱅은 나의 첫 개인적 불꽃놀이라고 생각하면 돼. 빅뱅을 통해 난 아늑한 밤을 창조했어. 하늘과 땅도 그때 만들었지. 처음에 땅은 휑하고 황량했어. 오늘날의 달과 비슷했지. 하지만 태초의 지구에는 땅의 대부분을 뒤덮은 거대한 바다가 하나 있었어. 주위는 칠흑 같았고. 그래서 나는 빛부터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그다음에….” “아벨” 내가 그의 말을 끊는다. 그가 긴장한다. “왜? 무슨 일인데” “성경에 나오는 내용과 똑같잖아.”
                                                                                       -본문 89쪽

저자 한스 라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 글을 썼던 역량을 바탕으로 영화 작업을 통해 다져진 경쾌한 문체, 빠른 호흡, 재치 넘치는 입담,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위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얹어 냈다.

웃음 나는 사건들과 예측 불허의 스토리 전개, ‘신’과 치료사의 대화 속에 진지한 질문들이 모습을 바꾸고 숨어 있다.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책은 신의 존재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어떻게든 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과연 ‘아벨’의 정체는 과대망상증 정신이상자였을까? 아니면 정말 신이었을까?

■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한스 라트 지음 |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320쪽 |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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