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해설'
김태호
산이 좋아 모롱이 돌고
사람 그리워 마을을 돈다
머리를 맞대 마이산 꼭대기
따스한 바람 불어오면
실개천 모여오백리길 간다
언덕받이 피어난 산당화
해맑은 복사꽃에 눈빛을 씻고
바위틈 잠든고기떼도 깨운다
여릿여릿 다가오는 연두빛 숨결
어느 뇌성치는 날이어든
강바닥 박힌 돌 굴리며
부서진 자갈 바다로 날으려나
아직도 손시린 봄풀같은 강물아
[이해와 감상]
새봄 기다리는 망향의 서정미 승화
시인에게는 남다른 향토애가 시정속에 담기나보다. 긴 겨울속에서 어쩌면 그런 아픔을 인고해온 시인에게는 그것이 모두의 아픔이라는 것을 어쩌면 눈부시게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한민족의 기나긴 역사를 가슴 속 깊게 품고 끈질기게 흘러오는 섬진강의 신고로움을 극복시키는 의지 속에서 마침내 시인은 “여릿여릿 다가오는 연두빛 숨결/어느 뇌성치는 날이어든/강바닥 박힌 돌 굴리며/부서진 자갈 바다로 날으려나//아직도 손시린 봄풀같은 강물아”하고 절절함을 조용히 외쳐본다. 그것은 곧 “어째서 시를 쓰는냐”는 것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우선 인간에의 윤리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 그 자체인 것을 시로써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가 시속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은 거기 써있는 것의 설명이 아니라 존재 감각 그 자체인 까닭이다. 김태호 시인은 그 사실을 새봄의 강물고하 산촌에의 망향 시편으로 웅변한 가작을 한국시단에 던졌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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