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으로 시작하는 예사롭지 않은 출판사 '피어나'
'파산'으로 시작하는 예사롭지 않은 출판사 '피어나'
  • 독서신문
  • 승인 2015.01.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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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우수 중소출판사 탐방' (10)

[독서신문] 아무리 힘들어도 스타트업은 힘차다. 출판사 '피어나'의 뜻은 꽃이 피듯 책으로 확 피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책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확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뜻일까? 이제 막 출판사를 시작했는데 『'파산』이라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의미심장한 제목의 대중적 처녀작을 낸 '피어나' 김명진 대표를 찾았다.

- '피어나'는 무엇이 '피어나라'는 말인지.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이 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출판사니까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좋은 책들이 피어나고, 내실 있고 튼튼한 사업체인 출판사로 피어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나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어나라는 소망을 담았다.

보통 '피어나'라는 말을 들으면 꽃봉오리를 연상한다. 작은 씨앗에서 잎이 나서 줄기가 자라고 드디어 꽃봉오리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그런 장면 떠올릴 때를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참 신기하고 기쁘고 아름답다. 책은 역사나 지식, 경험과 생각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키우고 엮어서 만든 결과물로 탄생되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 책들이 '도서출판 피어나'를 통해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하고 싶다."

- 출판 관련 일을 전혀 모른 채 창업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까지 활동을 정리한다면.

▲ 『물과 인권』 책 표지

"출판 기획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판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보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기획에서 점차 교정교열, 편집, 편집디자인 등 골고루 경험도 하고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2008년 말에 『좌우파사전』을 만드는 데 함께 했는데 저자가 모두 14명이고 주요 기획자를 제외한 12명의 저자를 한 번에 관리하면서 출판에 관해 제대로 눈을 뜨게 되었다. 다양한 유형의 저자를 한 번에 접한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이후 몇 권의 책들을 다루긴 했는데, 『미디어몽구, 사람을 향하다』가 저자 발굴에서 완성까지 꽤 신경을 썼던 책이라 저에겐 좀 특별했다. '도서출판 피어나'를 2012년 11월에 열고서는 주로 학술서를 위주로 책을 냈다. 한 공공연구원과 꾸준히 학술서를 만들었는데 『물과 인권』, 『물과 창조경제』, 『물 거버넌스』가 바로 그 책들이다. 그리고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 활동을 하면서 낸 언어운동과 언어정책에 대한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을 냈고, 학술서는 아니지만 복지운동에 관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가 있다."

- 대중 상대의 처녀작이 『파산』이라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제목의 책이다. 어떤 책인가?

▲ 『파산』 책 표지

"대중서로서는 첫 책이 맞다. 두렵기도 하고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은 말이 '파산'인 것도 맞다. 하지만 사실 '파산'이야말로 어렵고 힘든 상황을 벗어나 새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책에도 나온다.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태라는 걸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게 바로 '파산'이다. 그러면 '파산' 이후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래서 거꾸로 '파산'이라는 단어 안에는 다시 시작할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걸 이야기하는 게 바로 『파산』이다.

저자가 '아리수미디어'라는 멀티미디어콘텐츠 회사를 직접 만들고 잘 키워나가다가 망하고 파산과 신용불량자가 된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가는데, 무엇 때문에 망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며 새로 시작하게 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 개인으로서는 아픈 기억이지만 큰 어려움 앞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놓치지 않고 헤쳐 나온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거기서 독자는 인생 경영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사업 경영 이야기와 인생 경영 이야기가 함께 묻어나는 책이다."

- 『파산』의 저자 이건범 씨가 참 대단해 보인다. 누구를 위해 즐겁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 이 책을 펴냈는지.
"대단한 사람이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자신의 실패를 세상에 다 까놓았으니까. 그런데 이게 바로 저자 이건범의 큰 특징이자 인생을 사는 지혜라 본다. 사람들을 무장해제하게 한다. 저자의 서문에 조금 더 보태어 말하자면 용기 내기를 주저하는 청춘들을 위한 책이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돌아볼 때 다시 시작하는 힘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실패에 낙담했거나 청춘의 열정을 잃어버린 중년에게 위안과 함께 다시 자기의 꿈을 찾는 계기를 주려는 책이다. 무엇보다 요즘 스타트업이라며 예전의 벤처열풍과 비슷하게 창업 붐이 일고 있는데 창업자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라는 책이다."

- 다음에 낼 책들을 작업 중일 것 같은데 어떤 책들인지.
"이건범 저자의 언어인권을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고 있고, 대중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학술서를 쉽게 풀어낸 책을 구상하고 있다. 정치나 시민 교육 쪽과 장기적으로는 그동안 펴낸 '물' 관련 주요 이슈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긴 하지만 어린이 대상의 문자와 언어에 대한 동화를 시리즈로 만들어보고도 싶다."

- 도서출판 '피어나'의 미래 비전을 말해달라.
"거창하고 그럴싸하게 정해놓은 구호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느리게 가더라도 꾸준히 가는 출판사로 키워나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다. 꽃을 보고 미소 짓듯, 상대방의 미소를 보고 같이 웃듯, 책을 보며 만족하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도서출판 피어나'가 되기를 희망한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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