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 승인 2015.01.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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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

                                                                                                         박두진(朴斗鎭)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이해와 감상]

광복 70주년 기념 ‘신년시’

▲ 박두진 시인

2015년의 새해가 밝았다. 금년으로서 우리 한민족은 ‘광복’ 70주년의 뜻깊은 새해를 맞이했다. 여기서 우리들 가슴속마다 다시 떠오르는 한국의 명시 박두진의 「해」가 절절하게 울려온다.

시인은 1945년 8월 15일 한민족의 광복을 염원하며 이 불후의 명시를 써서 일제의 쇠사슬을 끊고 조국이 빛나기를 기원했다. 이 작품이 발표된 것은 <상아탑> 제6호(1946. 5)였으며 박두진 첫 시집 『해』(1949)의 표제가 된 대표작으로 널리 평가돼 온다. 8·15 해방의 감격이 ‘해’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상징화된 유명한 작품이다. 일제 말기 시단에 등장해 우울한 세계에 갇혀 있어야 했던 박두진은 조국 해방이라는 기쁨의 한 절정을 체험하게 된다.

그 분화구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라는 용출적(湧出的)인 가락으로 밀어닥치는 파도의 기세와 같이 한 편의 시를 읊어 냈다. 여기서 ‘해’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창조의 어머니로서, 원시인의 태양 숭배와 같은 경이와 희열의 대상으로 청신한 이미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청록파(靑鹿派) 시인으로서 자연관조의 경건한 자세를 볼 수 있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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