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호의 행복편지' _ <33> 라과디아를 아시나요
'박시호의 행복편지' _ <33> 라과디아를 아시나요
  • 독서신문
  • 승인 2014.12.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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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1930년대 미국의 어느 겨울, 뉴욕의 한 빈민가에 위치한 법정에서 재판이 열렸습니다. 법대 앞에는 남루한 옷차림을 한 할머니가 불려나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실직한 사위가 가출해버린 뒤 병들어 누운 딸을 대신해서 어린 손녀들을 홀로 키워왔습니다. 음식과 돈이 모두 떨어져 손녀들에게 아무 것도 먹일 수가 없게 되자 집에서 나와 종일을 굶은 채 길을 걷던 중 제과점 안으로 들어가 빵 한 덩어리를 몰래 가지고 나오다가 가게 주인에게 들켜 즉결재판에 회부된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담당판사는 피해자인 빵 가게 주인에게 "할머니를 용서해줄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빵 가게 주인은 "할머니가 불쌍하기는 하지만 저의 제과점에서 하루도 빵을 도둑 맞지 않는 날이 없다"면서 "절도범을 엄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방청하던 사람들은 냉정하기 짝이 없는 빵 가게 주인을 마음 속으로 비난하면서, 그래도 판사가 불쌍한 할머니에게 관용을 베풀어주리라 기대하며 판사의 선고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판사는 할머니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손녀들에게 먹일 빵 한 조각조차 마련할 돈이 없기 때문에 벌금 10달러를 낼 돈이 있을 리 만무하였습니다. 방청인들은 판사의 판결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판사를 흘기듯 쳐다보고 있는데, 판사는 "법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죄를 지었으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가난한 할머니가 굶주리는 손녀들을 먹이기 위해 빵을 훔쳐야 하는 이 비정한 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죄가 있습니다. 그동안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온 저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합니다. 저의 벌금으로 할머니의 벌금을 대신 내겠습니다. 그리고 이 법정에 있는 뉴욕시민 여러분에게도 각기 50센트씩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라고 말하며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 모자에 넣은 다음, 그 모자를 방청석으로 돌렸습니다.

법정에 앉았다가 난데없이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방청인들은 항의는 커녕 웃음 가득한 얼굴로 '죄 없이 받은 처벌'에 기분 좋게 벌금 같은 기부금을 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인 돈은 자그마치 57달러 50센트였습니다. 판사는 그 중에서 벌금 10달러를 뺀 47달러 50센트를 할머니의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이 일화의 주인공은 Fiorello La Guardia라는 판사입니다.이런 행동이 법을 집행하는 법관이 법정에서 방청인들로부터 돈을 걷었다가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인기를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한 법관의 따뜻한 마음씨에서 우러나온 인간애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후 그는 뉴욕시장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애석하게도 시장 재직 중 비행기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뉴욕시민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새로 세운 공항의 이름을 라과디아 공항이라고 명하고 공항 안에 그의 동상도 세워 뉴욕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라과디아의 따뜻한 인품을 기억하게 하고 있습니다.

 

'행복편지' 발행인 박시호는?
○대전 출생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 법무대학원 문화예술법 석사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 역임
○세종나눔봉사대상 수상(2010)
○현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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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이유 2016-10-13 09: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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