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밤하늘이 있기에 별이 더욱 빛난다
<79> 밤하늘이 있기에 별이 더욱 빛난다
  • 독서신문
  • 승인 2014.12.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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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의 풀 향기

▲ 황태영 수필가

[독서신문] 어떤 재담가가 지인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다.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이 있을 적에 누가 누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지인이 답했다. "못생긴 사람이 잘생긴 사람에게 감사해야겠지." "왜 그렇게 생각해?" "잘생긴 사람은 늘 못생긴 사람의 얼굴을 보아야 하는데 못생긴 사람은 늘 잘생긴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있잖아. 그러니 못생긴 사람이 잘생긴 사람에게 감사해야겠지." 재담가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분석이기는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해. 잘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봐. 왜냐하면 못생긴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잘생긴 사람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 못생긴 사람이 없으면 잘생긴 사람도 없게 되지. 자신의 존립기반이기에 잘생긴 사람은 늘 못생긴 사람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야."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일이다. 꼴찌가 있기에 1등이 돋보이고 밤하늘이 있기에 별이 더욱 빛난다. 별이 어둡다고 밤하늘을 천시하고 밝고 잘난 태양만을 부러워하며 따라다닌다면 별은 더 이상 빛날 수가 없다. 어떠한 감흥도 줄 수가 없고 자신의 존재는 무의미해진다. 사람들은 모두 별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엄마는 밤하늘로 남고자 하신다.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가족들을 빛내주고 싶어 하신다. 배경이야 말로 자신을 낮추고 숨어 있지만 최고의 미(美)를 만들어내는 실제 주역이다. 한 사람의 밝음을 위해 '어두움'을 마다하지 않고, 그의 돋보임을 위해 자신의 '무딤'을 자처하는 사람은 이미 향기로운 사람이다. 함께 하기 위해 '배경'이 되기를 선택한 것보다 더한 희생이 또 있겠는가? 고운 손은 미소를 주지만 거친 손은 눈물을 준다. 별에는 꿈이 있지만 밤하늘에는 흐느낌이 있다. 배경 속에는 시린 울림과 그리운 감동이 있다.

배경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1등석에 탄다고 모두 1등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자들에게는 굽실거리며 1등석에 타게끔 해준 자신의 직원, 자신의 지지자들을 천시한다면 그는 이미 3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의 뒤를 따라다는 별처럼 자신의 존재 가치는 없어지게 된다. 지도자에게는 한명 한명의 국민이, 기업주에게는 한명 한명의 직원이 모두 엄마요, 밤하늘이다. 그 고마움을 깊이 새겨야 한다.

한 고을의 수령이 노자를 찾아가서 배움을 청했다. "선정을 베풀고 태평성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노자는 마침 지나가던 초라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을 잘 받드십시오." 큰 가르침을 기대했던 수령이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저 사람은 보잘 것 없고 지위가 아주 낮은 사람입니다." 그러자 노자가 답했다. "강과 호수, 시냇물이 바다에 복종하는 이유가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바로 바다가 낮은 곳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 있는 골짜기도 바다를 향해 머리를 숙입니다. 바다는 낮은 곳에 있기에 만물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고자 한다면 스스로 낮은 곳에 있어야 하고, 남들의 앞에 서고 싶다면 스스로 뒤에 서야 합니다. 짐이 되거나 방해가 되지 않을 때 천하의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추대를 받을 수 있고 다툼도 생기지 않게 됩니다." 초라한 백성도 모두 자신을 빛내주는 어머니이다. 지도자가 가장 낮은 곳의 소외된 백성까지 잘 보살피려는 따뜻한 마음만 갖는다면 선정과 태평성대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어떤 우리나라 시인에게 '한국은 영원히 구제 불가능한 나라'라고 폄하했다. 그러자 그 시인은 "비록 나의 어머니가 문둥병환자라 할지라도 나는 클레오파트라와 바꿀 수 없다"고 응수했다. 어떤 선진국, 어떤 아름다운 여인도 나를 있게 해준 존립기반인 조국과 어머니보다 귀할 수는 없다. 배경보다 아름다운 속마음, 애절한 기도는 없다. 낮고 볼품 없어도 늘 그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드러냄 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별을 빛내주는 밤하늘, 이제는 지도자들도 이런 말로 화답해야 한다. "비록 내 국민, 내 직원들이 문둥병환자라 할지라도 나는 빌 게이츠와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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