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내 목숨 이어가는
참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눈 감아도 트여오는
백설의 겨울 산길
깊숙이 묻어둔
사랑의 불씨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지새운 밤
종소리 안으로
밝아오는 새벽이면
영원을 보는 마음
해를 기다립니다
내 목숨 이어가는
너무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이해와 감상]
겨울날 속에서 신에의 감사와 진실
이해인 시인의 「겨울 나무」는 수녀의 몸으로 퍙생을 신에게 봉사하는 삶의 진실을 순수하게 노래하므로써 독자로 하여금 추운 겨울을 다사롭게 극복시켜주는 정신적 길잡이가 되는 것 같다.
“내 목숨 이어가는/참 고운 하늘을/먹었습니다//눈 감아도 트여오는/백설의 겨울 산길/깊숙이 묻어둔/사랑의 불씨//감사하고 있습니다/살아온 날”
이해인 시인의 시세계는 삶의 형식에 충실한 뛰어난 릴리시즘의 언어를 시어로서 담고 있다. 언어가 사고(思考)의 용기(容器)라고 한다면 빼어난 현대시는 어김없이 우리들의 생(生)의 참다운 노래의 용기다. 이해인은 해맑은 서정적 시의 바탕에서 릴리시즘(lyricism)의 진수를 맛보게 하고 있다.
그는 흔한 제재를 가지고 종래의 시와 유형을 달리하는 새로운 시 구성의 전개를 충실하게 형성한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생활 문화의 다양한 변이속에 전반적으로 저항 의지 두드러진 문명비평적 시세계를 형상화시키고 있어 주목하고 싶다. 특히 오늘의 많은 시의 소재가 진부하고 또한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진 틀에 박힌 유형적인 묘사에 치우쳐 독창성이며 참신성이 결여되고 있는 것을 대할 때, 우리는 오늘의 시인 이해인의 새롭고 순수한 감각의 시작 활동에 독자들과 함께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련다.
에즈라 파운드의 명언인 “가능한 최대한의 의미가 담긴 언어”를 적극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현대시라는 것을 떠올리며 다시금 음미하여 보자. “종소리 안으로/밝아오는 새벽이면/영원을 보는 마음/해를 기다립니다//내 목숨 이어가는/너무 고운 하늘을/먹었습니다“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