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옷을 입을 때 이미 만들어진 기성복 보다는 내 몸의 신체 사이즈에 맞춰 입을 때 더 편하고 잘 맞았던 경험이 있다. 우리가 약을 처방 받을 때도 내 신체 사이즈에 맞춰 약을 처방 받는다면 어떨까?
맞춤약치료에 대해서는 우리 조상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7~1990) 선생은 ‘사상의학’에 따라 사람 체질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각자에 맞는 음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맞춤 약의 시작은 같은 병이라도 다 같은 병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같은 질병이라도 질병이 발생한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 각 질병의 원인 및 각 개인 간의 체질특성 차이로 인해 같은 약도 다양한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각 개인 간의 질병양상 및 약물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바이오마커라고 한다. 각 개인 간의 약물반응 차이는 많은 경우 유전자 차이에 기인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바이오마커를 유전체에서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약물 반응에 대한 치료 효과와 독성을 예측하고 맞춤약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전체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을 약물유전체학이라고 한다.
맞춤약치료에서는 유전적 변이가 실제 어떠한 생물학적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크게 약동학(pharmacokinetics)과 약력학(pharmacodynamics)적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약동학은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에 관한 내용으로 주로 사람의 약물대사효소와 수송체 유전자가 관여하고, 약력학은 약물의 작용기전에 관한 학문으로 다양한 약물수용체, 이온통로, 효소반응, 면역체계 유전자가 관여돼 있다. 이들 유전자의 각 개인별 돌연변이는 약동학적 혹은 약력학적 약물반응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맞춤약치료는 국민 보건 증진뿐 아니라 경제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의 신약 개발은 맞춤약치료와 맞물려서 이뤄지고 있으며, 신약 개발과정에 있어 새로 개발되는 약에 의해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을 동시에 발굴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향후 약물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바이오마커가 많이 개발되고 이들이 임상에 활발히 적용되면 적은 부작용과 큰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맞춤약 치료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민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