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에서 '해독'으로
'보약'에서 '해독'으로
  • 독서신문
  • 승인 2014.12.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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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동의보감(東醫寶鑑) <35>

▲ 송영준 원장
[독서신문]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체질론'이 존재하던 시기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달라도 매우 다른 시기였다. 생활방식, 사고방식, 의식주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었는데 질병의 패턴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특징으로는 첫째, 대다수의 인구가 과다한 노동에 시달렸다. 노동량에 비해 먹는 것은 부실했는데 정혈이 모자라다보니 마흔 살만 되어도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못 먹던 시대이니만큼 소모성질환이 주를 이루어 불과 40, 50년 전까지만 해도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질병이 폐결핵이었다. 두 번째 특징은 위생상태가 불량하여 감염성 질환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영아사망은 흔한 일이었다. 백일잔치, 돌잔치는 이러한 영아사망의 흔적으로, 홍역 등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은 것에 대해 축하하는 의미이다.

세 번째, 먹는 양은 적었지만 상대적으로 효소의 양은 풍부하여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구조를 띠고 있었다. 고봉으로 얹어 먹은 밥을 금방 소화시켰으며 살찐 사람이 별로 없었고 체격에 비해 힘이 장사였다. 몇 십리 길을 걸어도 피곤한 줄 몰랐고 성적인 기능이 좋아 자식 만드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네 번째, 햇빛에의 노출이 많아 체내 비타민 D가 풍부하였고 이로 인해 근골이 단단했다. 다만 자외선의 침식으로 인해 피부가 빨리 늙는 것이 흠이었다.

현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육체적인 노동량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높은 칼로리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동량이 많을 때보다 이것저것 잘 챙겨 먹다보니 체내 열량소가 남아돌아 혈관, 조직, 장기 등에 잉여 영양물의 축적되었다. 두 번째로 신체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심부온도가 떨어졌다. 이로 인해 면역기능,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혈액순환이 저하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땀을 흘리는 일이 줄어들게 되고, 호흡도 잔잔해지면서 기화성 독소 배출의 경로 역시 차단당하고 말았다.

세 번째, 위생상태가 개선되어 긍정적으로는 영아사망 등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었지만, 한편으로 성장 과정에서 획득되어야 할 면역증강의 기회를 상실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지니게 되었다. 위생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장내점막이 과민해져 알레르기, 아토피 등의 피부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집단 식중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위생불량의 문제라기보다 균이 조금 묻은 음식을 먹었다고 금방 설사를 쏟아내는 우리의 장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정제식품, 약물, 화학첨가물, 잔류농약, 중금속, 환경호르몬, 대기오염물질, 화학합성세제 등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존재들이 등장했는데 이런 것은 불과 50년, 100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인체는 이런 물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대사에 혼선을 빚게 된다. 이로 인하여 세포들 간에 교신이 끊기면서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백혈병, 암, 불임, 당뇨, 치매 등의 질병이 발생하게 되었다.

다섯 번째, 효소가 부족하여 장내부패가 발생하고, 장내독소가 혈액으로 유입되어 간에 부담을 주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이로 인해 덜 소화된 영양분이 혈액 속을 떠다니게 되어 현대인은 만성적인 소화불량, 변비, 감기, 만성피로증후군 등의 증상을 앓고 있으며 성기능도 급격하게 저하되어 불임인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여섯 번째, 햇빛을 쐬지 못하여 체내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비타민 D는 칼슘의 흡수를 돕는 물질로, 현대인은 칼슘 섭취가 많음에도 골다공증, 퇴행성질환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여섯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현대인은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환경에 맞는 새로운 처방이 필요한 실정이다. 과거의 좋은 점과 현대의 좋은 점을 취합한다면 얼마든지 아프지 않게 오래 살 수 있다. 현재의 좋은 영양상태를 발판으로 과거의 좋았던 요소를 보강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해독'이다. 즉 지금보다 조금 덜 먹어 장의 부담을 줄이고, 과거와 비슷한 양의 효소를 보강하고, 운동 등 신체활동량을 조금 더 늘리면 무병장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의학 박사 송영준
·원광대 한의과대 및 동 대학원 석사
·원광대 한의과대 순환기 내과학 박사
·원광대 한의과대 순환기 내과학 외래교수
·대한한의사협회 내과학회, 추나학회, 침구학회 정회원
·인천부평구한의사협회 수석 부회장 역임
·현 아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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